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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과 Doing (갓생과 걍생2)

스펙트럼

작년 2월 22일에 ‘분주함에 중독되지 않기’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랑 큰 차이는 없이, 해야될 일들(Doing)이 많고, 쉬더라도 그냥 여유 있게 걍생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주한 상태가 많습니다. 사실 한국인인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을 힘들어 하기에 Doing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더라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쉼을 추구하는 Being으로 있기보다 일정을 많이 만들어서 많은 것을 보려는 Doing을 추구합니다.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 듣는 우스갯소리로 렌터카가 달린 기록을 보고서 지구상에서 2주 동안 5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민족은 한국사람 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미라클 모닝을 거의 못 했지만 새벽에 일어났을 때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분으로 멍 때릴 수 있을 때, 이 역시 걍생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갓생과 같은 삶을 잠시 누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멍 때림, 명상, 관조, 사색과 같은 것들이 어렵고,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달 전에 개봉한 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2에는 주인공 ‘라일리’의 마음에 ‘불안이’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이’가 주인공의 행동을 조종하여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이 와중에 ‘기쁨이’라는 전편의 메인 캐릭터와 대치를 하게 됩니다.‘기쁨이’와 ‘불안이’는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주인공을 규정하려고 하였지만 최종적으로 라일리를 구원해준 것은 온전히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들이 뒤섞인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Being이었습니다. 


이 과정이 저는 상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보통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면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면은 외면하거나 배척하고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수가 원하는 긍정적인 모습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이러한 면들이 있지만 동아시아, 특히 한국은 Being을 온전히 하기가 어렵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나 화이트의 ‘네모의 꿈’ 노래가 나온 지 30년이 지났고, 당시 그 노래를 들은 대다수의 청소년은 지금 현재 학부모가 되었지만 노래에서 지적한 현실은 많이 바뀌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에도 존재하는 성적이 오르면 최신형 휴대폰을 사주겠다는 제안과 같은 양육방식은 Doing을 안하면 불안감이 들게 합니다(어떻게 보면 최신형 휴대폰을 사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한 사회, 그 집단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슬프게도 한국사회 대다수는 어른은 유년 시절에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도 Doing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자라오거나 자라고 있습니다. Doing을 많이 하면 성취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고도의 경쟁적 자본주의 체제인 한국은 그래서 국민소득을 3만불까지 유례없이 계속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교실이데아의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가 실현이 된 겁니다. 


그런데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전쟁 후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하자의 ‘Doing’에서 지금은 더 위로 올라기 위한 ‘Doing’이 되어버렸고, 이는 불안감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불안감은 일을 진행시키는데 좋은 촉매제가 되지만 과하면 오히려 효율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도 긴장을 풀기 위해서 명상, 기도 등으로 불안감을 덜어내려 노력합니다. 워렌버핏이 능력 있는 주식투자자보다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우는 것은 투자와 삶의 방식이 ‘Doing’에 치우치기보다 ‘Being’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걍생과 같은 갓생, 또는 갓생과 같은 걍생의 삶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써봅니다. 니체나 쇼펜하우어가 인생이 고통이라고 한 이유는 무언가를 바라며 Doing을 하거나 바라는 거 없이 지루해 하는 Being이기 때문이지만, 그것을 인지하는 내가 온전히 지루함과 자신의 부족한 점까지 받아들이는 Being이 가능하면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잔잔한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 상태가 상당히 도달하기 어렵기에 그것에 도달하고 싶은 제 마음이 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