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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곁의 冠 婚 喪 祭

이승룡 칼럼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필자도 올해 회갑을 맞이하여 다른 연도보다 감회가 새로웠다.


조부께서 20대 초반에, 부친은 20대 중반에 결혼을 하신 관계로 초등학교 6학년때 조부의 회갑연을 기억하고 있다. 1970년대 남자는 58.7세, 여자는 65.8세 평균 62.3세로 길지 않던 시기에 회갑연은 친인척 동네 분들을 모시고 잔치를 한 제법 큰 가정의 대사였다.


시대의 흐름으로 이제 회갑은 큰 의미가 쇠락한 가정의 소사가 되었다. 근래에는 칠순, 팔순연도 잘 안하는 분위기로 올해 가족과 함께 식사와 여행으로 대신 했다.


관혼상제가 예전보다 본래의 모습이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비교적 간편하면서 합리적이고 실용화 되어 가고 있다. 


요즘은 결혼 평균 연령이 증가하여 여성은 30세 전후로 남성은 35세 전후로 결혼을 하는 것 같다. 몇 년 사이에 친구나 지인 자녀들의 결혼 안내 문자를 자주 받는다. 과거 청첩장으로 미리 한 달 전에 알렸던 절차는 없어지고 문자나 카톡으로 결혼 안내 내용을 받게 된다. 안내된 내용을 살펴보면 선남선녀가 정장과 웨딩드레스를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마음 전하는 곳”이라 하여 신랑, 신부, 혼주의 입금계좌가 각각 따로 따로 적혀 있다. 과거 식장에 못 갈 경우 다른 분에게 대신 전달을 맡겼던 부탁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하객 입장에서 웨딩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 시절엔 축의금만 입금하고 혼례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누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내가 보낼 축의금으로 참석 가능한 웨딩홀인지 가늠하고 참석여부를 따져야 한다. 혹 호텔 급에서 결혼식이라면 축의금 보다 비싼 호텔식사 참여는 욕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결혼식은 초대 받은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갈수도 없게 된 경우와 참석 여부를 묻는 경우도 있으니 장례식에 부고소식 듣고 가는 것 보다 훨씬 마음이 무거울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으로는 결혼식도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 나이가 되다보니 주변 지인들로부터 부모, 장인, 장모의 부고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인간 평균 수명이 늘면서 80대나 90대에 별세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 역시 부고 소식은 카톡이나 문자로 받게 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장례식장의 위치와 상주의 친밀도에 따라서 “마음 전하실 곳”에 마음만 전할 것인지 시간을 내어서 빈소까지 갈 것인지 결정을 하게 된다. 현재 부모님께서 생존하고 계신 터라 과거 90년대 조부님의 별세때 얘기를 해보면, 당시엔 장례식장 보다 시골집 마당 넓은 터에서 동네 주민들과 모여 도와주는 풍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얀 삼베 수의를 입고 지팡이를 지렛대 삼아 곡소리로 “아이고 아이고”를 읊조리며 슬픔을 잊으려 했고, 동네 지인들이 꽃상여를 매고 한 걸음 한 걸음 소리꾼의 종소리를 외치면서 산으로 함께 가서 매장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지금은 상여를 매줄 사람도 없거니와 화장 문화가 대세이다 보니 화장 후 유골함에 모시던지 그것도 귀찮다면 재를 뿌리면서 간소화가 되어가고 있다. 문상객도 빈소에 가면 엎드려 절을 하는 방식에서 점차 국화 한 송이를 놓고 목례를 하거나 잠시 묵념으로 대신하게 된다.


조문객의 경우 검은 상복을 입고 가야하는 것이 예의인데도 화려한 옷이 아닐 바에는 평상복으로 번거로움을 대신하는 것 같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곳에서도 조문객의 입장 시간을 제한하여 운영하는 측이나 상주에게도 피로도를 줄이면서 훨씬 편리하게 상을 치르게 되는 장점이 되었다. 지금은 장수를 누리시다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호상”이라 하여 자식 입장에서도 그리 슬픔이 크지는 않는 듯하다. 물론 속마음은 다르겠지만.


 현재 60대는 관혼상제의 중심에 서 있는 나이인가 보다. 늦은 자녀의 결혼, 장수하는 부모님, 장인, 장모님의 장례를 맞이하는 바쁜 연령이 되었다. 혹여나 결혼한 자녀의 뒷바라지에 손주까지 키우신 분들이 계신다면 “100세를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철학 교수가 말씀하신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절이 60세부터 75세까지였다는 말씀은 약간 수정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행복할 때는 결혼해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다. 아무튼 필자는 장손이다보니 조상들의 제사를 기리는 합동제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부모님께서 제사를 지내셨는데 너무 연로하시고 준비하는데 힘드셔서, 올해부터는 우리가 모시기로 하고 지난 추석때 제기세트를 모두 가져 왔다.


갈수록 제사를 안 지내는 집안도 늘어가고 있다고는 하나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올해 회갑의 기쁨보다 아내에게 멍에를 씌우게 된 원년이 되어 마음이 무겁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관혼상제가 변화되고는 있지만 그 정신과 의미만큼은 좋은 쪽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 또한 세월이 지나면 시대에 맞게 달라지고 간소화 되겠지만 누구나 거쳐야 하는 생노병사는 관혼상제와 더불어 늘 함께 할 것이다. 점차 예식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거나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관혼상제 마저 허례허식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으나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전세계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혼상제에 대한 전통은 남아 있다. 가령 서양의 경우 관제는 견진성사/견신례, 혼례는 혼인미사/결혼예배, 장례는 장례미사/장례예배, 제례는 위령미사/추도예배의 형태다. 그 외의 지역에서도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제사의식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이다. 


그 크기를 떠나 굳이 이런 예식을 챙기는 이유는 그 만큼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2024년이 저물기 전에 관혼상제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