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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소매물도

외롭지만 풍요로운 섬
아름다운 등대섬과 쪽빛 바다로 인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소매물도를 찾아 나서는 길은 멀기만 하다. 아침에 도착한 통영 여객선 터미널 안은 이곳 저곳 남해안 섬들로 휴가를 떠나는 많은 여행객과 섬에 뿌리를 둔 도서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북적이고 있다. 도서민들의 구리빛 무표정한 얼굴과 여행객들의 기대감에 찬 뽀얀 얼굴이 무척이나 대조적으로 보였다. 캠핑장비와 섬에서 일용할 양식을 양손에 한 짐씩 들고 소매물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행정구역상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하는 이곳은 실상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의 세 섬이 옹기종기 모여서 매물도란 이름으로 불린다. 차는 물론이고 경운기 한 대 조차 없는 곳이지만 오히려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이 꿈꾸는 세상은 이런 세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변변한 접안시설 조차 없어 파도가 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결항되기 십상인 이 섬에 도착하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밀려든다. 나로서도 세 번의 도전(?) 끝에 도착하게 되니 더욱 감회가 새롭다. 더구나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 우리 모두가 말은 하지 못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모두의 얼굴에 가득했었다. 우리를 실은 작은 배는 점점이 수 놓인 섬들 사이를 헤치며 한 시간여 만에 소매물도에 도착하였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섬위로 점점이 집들이 보였고 우리 일행은 준비한 캠핑도구며 먹거리를 들고 낑낑거리며 바닷가 가파른 능선위로 올라 캠프를 마련했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으나 누구나 할 것 없이 흐뭇한 표정이 역력하다. 푸른바다와 시원한 바람, 신선한 바다내음, 좋은사람들…. 트레킹을 나섰다. 구불구불 가파른 돌길을 지나 예전에 폐교가 된 소매물도 분교터에 도착하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망망대해가 눈에 잡힐 듯이 보이고 자그마한 교사 건물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한다. 등대섬이 가장 잘 보인다는 섬의 꼭대기에 오르니 그야말로 말로 이국적인 선경이 펼쳐진다. 갈라진 바다건너 푸른초원 위에 하얀 등대! 거기서부터 우리의 속도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등대를 잡으러 가는 사냥꾼마냥….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바다속에 몸을 담그니 천상천하가 내 것인 듯 하다. 등대섬 정상에 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오감으로 대자연을 만끽했다. 마치 쇼생크를 탈출한 주인공 팀 로빈스처럼…. 문화복지위원회 문·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