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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와 나

스펙트럼

고대 로마 제국의 초기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아실 것입니다. 그는 강건하기보다 허약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의 건강한 친구 아그리파보다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제국을 다스리면서 격무에 시달렸고 누구보다 스트레스가 컸을 텐데 말이죠. 그는 선천적으로 소화력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구운 빵, 작은 생선, 치즈, 과일과 야채 정도로 적게 먹었고, 배가 고플 때 마다 그렇게 조금씩 자주 먹었다고 합니다. 체질적으로 술은 잘 마시지 못했다고 합니다.

 

피곤하면 언제 어디서나 드러누워 잠시 쉬곤 했답니다. 말을 타기보다 가마를 타고 다니며 그 속에서 쪽잠을 잔 것입니다. 수면 시간도 대개 불규칙했고 일어날 때는 언제나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약해 감기에 자주 걸렸고 햇빛이 너무 강하면 두통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황제가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구스투스는 아그리파보다 26년이나 더 오래 살았습니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읽고 제 이야기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선천적으로 다소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제법 힘쓸 일이 많은 구강외과, 턱얼굴외과 수술만 전문으로 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 평생 몸에 근육다운 근육이 있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 진료가 끝나면 거의 탈진하여 일단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허약했지만 요령 있는 체력 관리로 나름 장수했다는 위 이야기를 듣고 치과의원 원장인 저도 나름 오래 살 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나름 과식을 지양하고 적당히 또는 약간 부족하게 먹는 것을 지향합니다. 저 또한 소화력이 훌륭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식이 언제나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과식할 일이 언제나 넘칩니다. 가능하면 평소에 적게 먹으려 애씁니다만 음식을 많이 남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그렇습니다. 즉 처음부터 음식을 적게 덜고, 적게 주문해 다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 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럴 수 없는 것이 함정입니다. 차려진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조기교육 덕택으로, 과식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쩍 저녁 모임이 많은 요즘은 일부러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하루 두 끼만 먹고 있기도 합니다. 좋은 시절을 살고 있는, 참으로 배부른 소리입니다. 먹는 것은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대개 식물성 음식을 좋아합니다. 야채와 과일을 좋아합니다. 물론 고기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고기와 야채(과일) 중에 굳이 고르라면 야채나 과일을 고릅니다. 다만 한 끼 식사 때 기본적인 단백질 섭취량을 늘 고려합니다. 몇 종류 좋아하는 음식이 있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꼭 먹어야 한다, 먹고 싶다는 뭐 그런 욕망은 없습니다. 다소 원초적인 그런 욕망을 요즘 미디어에서 많이 자극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배를 채울 수 있는 거 아무거나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곧 반찬이라는 말도 있죠. 제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뭘 먹어도 어지간히 좋은, 그런 좋은 시절이기도 합니다.

 

마시는 것은 물, 커피 그리고 맥주나 와인 조금입니다. 탄산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고 야쿠르트, 요거트, 이온 음료는 가끔 마십니다. 공식적으로는 술을 마시진 않지만, 집에서는 또는 가족끼리는 가끔 한두 잔, 두세 잔 정도까지 술을 즐깁니다. 공식적으로 술을 끊기 전까진, 곧잘 취해 실수도 많이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사회적 금주 선언을 시행한 후 한 번도 취해 본 적이 없습니다. 커피는 매일 하루 4잔, 에스프레소 또는 더블에스프레소 또는 아메리카노만 마십니다. 새벽, 아침, 점심 그리고 오후 4시 전후. 지금 이 글도 새벽 커피와 함께 쓰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침대에서 몸을 떼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고, 침실에서 화장실까지의 길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입니다. 하지만 뜨거운 물 샤워를 하고 나면 몸에 활기가 돕니다. 잠든 몸을 애써 깨워 시동을 거는 작업이 뜨거운 물 샤워인 것입니다. 다만, 반드시 뜨거운 물 샤워를 해야 잠든 몸을 깨울 수 있으니, 온실 속에 살고 있는 팔자 좋은 신세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곤이 몰려오면 온몸이 산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때 반드시 눈을 감고 쪽잠을 자야합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5분이든 3분이든 심지어 1분이든,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잠에 드는 제스처를 취해야 합니다. 15분 정도면 부족하지 않고 30분 쪽잠을 잘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습니다. 먹는 것과 쪽잠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쪽잠을 선택합니다. 쪽잠을 상정하여 하루 6시간 내외의 수면 패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일상 속에서 만보를 걷는 실천이 체력 관리의 큰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계단을 오르거나 오르막길을 걸어 오릅니다. 내리막길은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요즘 등산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상 워낙 근육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근육 운동을 하려고 신경을 쓰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골골십년, 골골이십년 하다보면 허약한 체질인 저도 어느 순간 튼튼십년, 튼튼이십년 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가 들기도 합니다. 저질 체력이라고 좌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제국의 황제가 소화하는 일정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치과의원의 원장도 나름 격무에 시달립니다. 치아를 깍고, 이를 빼고, 임플란트를 심고, 본을 뜨는 일상의 치과 진료 자체가 고도의 전문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강건함 역시 두루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세심하게 환자를 보는 일은 더욱 큰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죠. 체력이 좋은 카이사르와 같은 원장님들도 계시겠지만, 체력이 좋지 않은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허약했던 아우구스투스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나름 장수했다는 이야기는 카이사르 같은 강건한 체력을 갖지 못한 저같은 원장에게 다소간의 위안이 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