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구름많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21.1℃
  • 박무서울 22.4℃
  • 박무대전 21.6℃
  • 구름많음대구 24.8℃
  • 구름많음울산 23.7℃
  • 광주 22.8℃
  • 박무부산 22.2℃
  • 구름많음고창 22.7℃
  • 흐림제주 24.7℃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1.4℃
  • 맑음금산 21.8℃
  • 구름많음강진군 23.2℃
  • 구름많음경주시 23.7℃
  • 흐림거제 22.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
가시고기와 우렁이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지난 어버이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매년 어버이날을 맞을 때마다 사실 반갑고 즐겁기보다는 늘 마음이 무겁고 서글프기만 하다. 부모님들이 다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은 참 모진 세월을 살아오셨다. 무일푼으로 혼인살림 시작하신 후 삼남삼녀(三男三女) 나으셔서 키우고 뒷바라지하며 험한 나날을 보내오셨다. 간척지에 가셔서 갯물 빼내고 돌 걸러낸 땅에서 한평생을 자식농사만 지으셨다. 잡수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도 많았으련만 지금도 이런 것에 익숙치 못한 남루한 인생이다. 자식 뒷바라지에 다 팔아버린 칠순(七旬), 이제 부모님에게 남은 것은 주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늙고 병든 노구(老軀)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불효자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난 13년째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다. 결혼을 해서 지금껏 모시고 산다. 사람들은 요즘 부모님 모시고 산다고 하면 굉장한 효자라고 한다. 얼마 전에 어느 어르신과 말씀을 나누다가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하니까 반색을 하시며 칭찬하셨다. 그렇지 않다고 손을 내젓는 내게 요즘 그렇게 사는 것만 해도 효자란다. 그러나 누가 나의 속을 알겠는가! 나는 고백한다. 난 불효자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나 같은 무정한 사람들에게 미물(微物)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가시고기와 우렁이의 이야기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가시고기는, 산란기에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알이 부화하여 자랄 때까지 수놈이 최선을 다하다가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 생을 마감하는 작은 물고기다. 다 자란 새끼들이 떠나버리면 자식이 떠나버린 고통에 아빠 가시고기는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며 죽는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이 물고기를 소재로 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랑을 그려 화제가 된 소설이 있다. ‘가시고기’이다. 백혈병으로 생명이 꺼져 가는 아들을 위한 가난한 아버지의 몸부림이 눈물겹게 그려진 작품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내던진다. 재산도, 사랑도, 고상한 시에 대한 염원도 헐값으로 팔아버린다. 마지막에는 아들의 골수이식을 위해서 자신의 신장을 팔고자 하는데... 그러나 검사과정에서 뜻밖에 자신이 간암말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 절망적인 상황도, 그러나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가로막진 못한다. 그는 신장대신 감염의 위험성이 없는 각막을 팔아 골수를 이식하기에 이르고, 마침내 아들을 살려낸다. 마지막 이야기는, 죽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아들의 기억 속에 남기지 않기 위해 아들과 모질게 정을 떼는 과정에서 더욱 눈물 시리게 그려진다. 억지로 아들을 떼어 보내고, 낙엽지는 늦가을 날, 아버지는 아들과의 마지막 추억이 서려있는 시골학교 교실에서 외롭게 주검이 된다. 우렁이를 아는지 모르겠다. 난 농촌에서 자랐다. 초가을 냇가에 가보면 우렁이 껍질이 도랑과 냇가에 가득하다. 수많은 우렁이들이 빈 껍데기가 되어 물위에 둥둥 떠다닌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로부터 빈 껍데기가 되어 냇가를 떠다니는 우렁이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우렁이는 알을 몸 속에다 낳는단다. 그리고 새끼를 몸 속에서 부화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몸 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엄마의 몸 속에서 엄마의 살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봄에 부화한 새끼들이 여름한철을 지나며 엄마의 살을 뜯어먹으면서 자라난다. 다 자라서 세상으로 나갈 때쯤 되는 가을이 되면 엄마는 껍데기만 남아서 물에 둥둥 떠다닌다는 것이다. 세파(世波)를 핑계로 어버이의 사랑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위해서 가시고기와 우렁이는 오늘도 그 고단한 생을 계속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