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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지뢰밭에서 뜀뛰기
안소나 원장(경기 안양 함부르크치과)

6년 동안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어느새 5년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내게 지금껏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은, ‘왜 독일에서와 같은 마음의 여유가 지금은 없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의 수련의 생활 역시 박사논문 쓰랴, 환자 보랴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말이다. 며칠 전, 독일에서 함께 수련을 받았던 독일인 친구가 휴가를 이용해 우리 집을 방문했다.(독일은 일년에 약 30일 정도의 공식 휴가가 있다) 그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한국의 자녀 교육비에 대한 문제가 대화의 주제로 떠올랐다. 그 친구는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비를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의 생활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자녀 교육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그 친구의 질문. “소나야, 병원에서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 거지? 그렇게 일을 많이 해서 너에게 돌아오는 것이 뭐야?” 순간 나는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인 것 같다. 나의 생활에 여유가 없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독일에 비해 우리의 업무량이 다소 많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많은 정도는 아니며 환자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여유 없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주말에 어디를 가려해도 어디서나 발생하는 교통체증을 비롯해, 사람들 사이의 비뚤어진 경쟁심, 안심하고 수돗물이나 음식물조차 사먹기 힘든 상황 등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사회 전체가 정해진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돌발 사태가 너무 많다보니 이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규칙이 정해져 있어도 너무 자주 변하다 보니, 그것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너나 없이 규칙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그저 목소리를 높여야 이길 수 있고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사회 풍조가 이렇다 보니 우리는 마치 지뢰밭에서 뜀뛰기하는 병사처럼 늘 초긴장 상태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요즘 내가 발견한 방법은 명상이다. 대개 문제는 사회적이며 외적인 것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나의 마음 자세에 있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해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고 미움, 시기, 질투, 우월감 따위를 벗어버릴 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완전하다 할 수 없지만 이 방법을 통해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