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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우린 가뭄을 타고 있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올 봄 가뭄이 참 심각한 모양이다. 벌써 석 달이 넘도록 하늘 문이 닫혀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가뭄피해가 온 나라로 퍼지고 있다. 뉴스에 의하면 올해 봄 가뭄이 90년만에 최악이라고 한다. 봄 가뭄이란게 늘 있는 것이지만 올해는 예사롭지가 않은 모양이다. 골목의 노인장들은 나라꼴이 이만저만이 아닌 때 가뭄까지 겹쳤다며 말세까지 들먹이니 말이다. 도시의 급수난도 문제지만 농민들의 사정이 여간 딱하지가 않게 되었다. ‘농사꾼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하고, 제 논에 물들어 가는 게 제일 좋다"지 않던가. 그러나 별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농민은 물론 정부와 각 지자체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하늘이 문을 열지 않는 한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겠는가. 농민들의 애간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논밭만큼이나 농민들의 맘도 갈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가뭄은 사람들의 마음도 갈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3개월째 가뭄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물 도적질에 쇠고랑을 찬 사람도 생겼다. 경기도의 한 농부는 양수기를 이용해서 남의 논에서 물을 훔쳐 자기 논에 댔다가 들통이 나서 경찰에 입건되었단다. 이 농부는 “갈라진 우리 논 때문에 속을 태우다 남의 논물을 보고는 눈이 뒤집혔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는 통에 담당 경찰관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또 다른 어느 지역에서는 양수장 물 사용을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유인즉 윗동네의 주민들이 아랫동네로 흘러가는 농수로를 콘크리트로 막아버렸다는 것. 그러자 아랫동네 주민들과 농업기반공사측이 새벽에 직원들을 동원해서 기습적으로 물막이를 철거하게 되었는데, 이를 눈치챈 윗동네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저지하는 통에 갈등의 골만 깊어졌단다. 곳곳에서 이런 비슷한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대략 상류 쪽의 주민들이 내려가는 물줄기를 막아서 하류 쪽 농민들과 마찰을 빚는 형태들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충청도 고향마을은 참 인심이 좋았다. 내 집 네 집이 없었다. 그야말로 이웃사촌이었다. 아이들은 친구 집에서 놀다가 끼니때가 되면 자기 집으로 가는 법이 별로 없었다. 그냥 놀던 집에서 끼니를 때우는게 다반사였다. 으레 그랬다. 다 내 자식이었고 내 부모였다. 부유해서가 아니었다. 겨울에는 거의 고구마로 겨울을 나는 가난한 동네였다. 인심 때문에 부유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해였던가.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그때도 봄 가뭄이었는데 논바닥이 쩍쩍 갈라질 만큼 극심했다. 그 때 온 동네는 거의 매일 싸웠다. 물 때문이었다. 이따금씩 저수지에서 공급해주는 물이 상류 쪽의 논을 지나다가 차단되는 일이 빈번해 지면서 하류 쪽의 논을 가진 이웃과 싸움판이 벌어지곤 했다. 그 봄 가뭄이 지나고 여름이 돌아왔는데도 동네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인심(人心)이 가뭄을 타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영혼에도 가뭄은 있다! 하늘 창공이 닫힌 것처럼 내 마음의 창공도 닫힌 것 같을 때가 있다. 논밭이 메말라 갈라지듯이 내 마음도 메말라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논밭에 심겨진 식물들이 타들어 가듯이 내 마음도 알 수 없는 가뭄에 타들어 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의 영혼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갈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무엇으로도 이 갈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농부가 하늘만 쳐다보듯이 우리의 영혼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아! 우리의 영혼은 희망한다. 메마른 대지 위에 쏟아지는 한줄기 단비처럼, 내 영혼에 부어져야 할 한 줄기 생명의 물줄기를…. 성경에 이른 바와 같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의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흘러나오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다 가뭄을 타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