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구름많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21.1℃
  • 박무서울 22.4℃
  • 박무대전 21.6℃
  • 구름많음대구 24.8℃
  • 구름많음울산 23.7℃
  • 광주 22.8℃
  • 박무부산 22.2℃
  • 구름많음고창 22.7℃
  • 흐림제주 24.7℃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1.4℃
  • 맑음금산 21.8℃
  • 구름많음강진군 23.2℃
  • 구름많음경주시 23.7℃
  • 흐림거제 22.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독자의 소리>
‘人心’ 단비 내리길…
한동준(한동준치과의원 원장)

마르고 모를 보고 농가에서 애태움은 군자가 가슴 깊이 슬퍼하는 일 어린 자식 병이 들어 시들어갈 때 어머니 애간장 태우는 격이네 봄철에 좀먹는 쌀 한말 받고서 가을엔 온전한 쌀 두말 바치고... - 정약용의 ‘다산시선’ 중에서 몇 달만에 진짜 ‘단비’가 내린다. 매스컴에선 앞다투어 농부들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단 이틀동안의 비로 전국이 완전히 해갈되었다고까지 한다. 과연 그럴까? 다 죽어가던 사람이 시원한 물 한 컵에 건강을 되찾고 다 말라죽은 꽃잎에 물을 준다고 살아날까? 같은 시간 출근, 같은 일, 집으로 오는 친구. 십오년을 그렇게 보냈다. 작은 방에 같이 사는 느낌이었다. 올 봄에 처음으로 주말 농장에 손바닥만한 밭을 임대하여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다. 적어도 3일에 한 번은 물을 듬뿍 줘야 한단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싹이 올라오고 주인의 게으름에도 그 어린것들은 강한 생명력을 보여 주었다. 그 후론 이틀이 멀다하고 밭에 나간다.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야채들은 신기하게도 잘 자라준다. 이 작은 사건으로 내 삶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보다 즐겁고 세상은 아름답게 보여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의 야채들은 물론 같이 자라는 잡초까지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늘과 땅은 바짝 마르고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가봐도 내 힘으로 세평의 땅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며칠 전에 얼갈이 무, 배추 뽑은 자리에 들깨를 뿌렸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30분 동안 등에는 땀이 배었고 목덜미는 익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난 정말 지금까지 몰랐었다. 아무 생각 없이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농민들의 땀이 배어 있는가를... 지금 그들은 지고 있는 빛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들어 가는 작물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실의에 빠져 있다. 우리 치과이사들도 예전보다는 어렵다고 하나 어찌 그분들과 비교하겠는가. 우리 모두 어려운 이를 도와주었을 때의 기쁨을 알고 있다. 지금은 그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년에 한 두 번밖에 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이다. ‘여유가 생기기를 기다린 후에 남을 구제하려 하면 반드시 남을 구제할 수 있는 날이 없을 것이요, 여가가 있을 때는 기다려 글을 읽으려 하면...’ -목민심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