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구름많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21.1℃
  • 박무서울 22.4℃
  • 박무대전 21.6℃
  • 구름많음대구 24.8℃
  • 구름많음울산 23.7℃
  • 광주 22.8℃
  • 박무부산 22.2℃
  • 구름많음고창 22.7℃
  • 흐림제주 24.7℃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1.4℃
  • 맑음금산 21.8℃
  • 구름많음강진군 23.2℃
  • 구름많음경주시 23.7℃
  • 흐림거제 22.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
고통의 미학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요즘 막내 놈이 밥 먹는 것을 보면 이뻐 죽겠다. 얼마나 맛있게 받아먹는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부모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달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이 놈이 몹시 아팠다. 고열과 함께 구내염이 와서 일주일 동안 혼줄이 났다. 고열도 고열이었지만, 구내염이 문제였다. 혓바닥과 입안 전체가 여기저기 헐어서 패이고 염증이 생겨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다. 배가 고파서 뭘 좀 먹으려다가도 입안의 음식 찌꺼기가 상처를 건드리면 아파서 울어댔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는 것, 이것처럼 힘든 고통도 없을 것이다. 어린것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기가 참 안쓰러웠다. 그렇게 한 주일을 보냈다. 몸이 회복되자 이 놈의 식생활에 혁명이 일어났다. 좀처럼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던 놈이 확 달라졌다.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쇳덩이라도 소화할 듯이 덤벼든다.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누가 가르친 것이 아니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놈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그렇다. 이 놈은 고통을 통해서 스스로 귀중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새삼 고통이란 게 참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서양속담에 “흐르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 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역경과 고난의 돌을 치워 버리면 우리는 삶 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카프만 부인이 쓴 ‘광야의 샘’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짤막한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카프만 부인이 테이블 위에다가 고치를 놓고서 거기서 나비들이 동그랗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 것을 관찰하였다. 고치 속에 있는 나비가 동그랗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데 구멍은 좁고 나비의 덩치는 크니까 그 구멍으로 빠져 나오는데 나비가 무척 힘들게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한 나비가 고치 구멍을 빠져 나오려 할 때 부인이 조그만 가위를 가지고 고치구멍을 찢어서 넓게 만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그 나비가 상처 없이 금방 나와서 윤도 나고 덩치도 크고 해서 썩 좋더란다. 이때 부인은 “하나님의 지혜가 이것만은 나만 못했구나. 내가 신이었다면 고치구멍을 좀더 넓게 뚫고 나오게 했을 것인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나비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좁은 구멍으로 힘들게 나온 나비들은 훨훨 잘도 날아가는데, 자기가 구멍을 넓게 뚫어 주어서 나온 그 나비는 날지 못하고 날개만 파닥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도 이상해서 자세히 관찰을 시작했다. 그 결과 참 소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고치 안에 있을 때의 나비는 모든 영양분이 어깨에 있는데, 좁은 구멍으로 통과 할 때 어깨에 있는 모든 에너지의 영양분이 점점 날개 밑으로 밀려 내려가서 날개 끝에까지 그 영양분이 다 가고, 또 좁은 구멍으로 나올 때 그 날개가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프만 부인은 “역시 하나님은 나보다 지혜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고난을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한다. 성경에 보면, 사탄의 유혹을 받은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를 지었을 때, 하나님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셨다. 남자에게는 노동의 고통을, 여자에게는 해산의 고통을 주셨다. 그 후로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배우며 살게 되었다. 고통을 통해서 인생의 비밀한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고통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참된 인생을 알게 된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의 고통을 그저 덜어주려고만 한다. 그러나 고통의 미학을 알고 있는 독수리들은 새끼들을 독립시킬 때가 되면 둥지의 깃털을 모두 거둔다. 딱딱한 돌과 가시에 찔려 불편하게 만든다. 많은 찔림을 당한 새끼들이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향해 날아가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