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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거꾸로 생각하기
정윤호 원장(대전 중구 정윤호치과)

“사과 한 상자가 있습니다. 당신은 가장 맛있는 사과부터 먹겠습니까 아니면 가장 맛없는 사과부터 먹겠습니까?" 이것은 개개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가끔 인용되는 질문이다. 물론 질문자체가 말이 안되는 질문이다. 사과는 먹어보아야 그 맛이 좋고 나쁨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먹기 전에 미리 그 맛에 따라 순서를 정할 수가 없고, 맛을 무시하고 그냥 집히는 데로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더 좋은 맛이라도 배가 채워질수록 느끼는 맛은 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무시하고 단순화 시켜서 정말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에 대한 해설은 “가장 맛없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한 상자를 다 먹는 동안 갖고 있는 사과 중에서 제일 맛없는 사과만을 먹게 되고, 가장 맛있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한 상자를 다 먹는 동안 제일 맛있는 사과만을 먹게 된다"라고 설명하면서 행동의 진취성과 적극성,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맛있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제일 맛있는 사과만을 먹게 되는 것일까? 그 제일 맛있는 사과를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일까? 관찰자의 입장에서 순간 순간을 떼어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새로운 사과를 집을 때마다 그 사과는 남아있는 사과 중에서 제일 맛있는 사과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가. 행동의 주체는 사과가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맛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데에는 사과가 갖고 있는 고유의 맛 외에 개개인의 과거 경험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맛있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다시 새로운 사과를 먹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이전에 먹었던 사과는 더 맛있었는데 이 사과는 조금 맛이 없군. 앞으로 남은 사과는 더 맛이 없을 텐데 어쩌지." 이 사람이 선택한 사과는 남아있는 맛보지 않은 사과 중에서는 제일 맛이 좋은 사과지만 먹는 순간 이제까지 먹어본 사과 중에서 제일 맛이 없는 사과가 된다. 맛없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어떤가? ‘이 사과는 아까 먹었던 것에 비해 맛이 더 좋구나. 앞으로 먹을 사과도 이보다 더 맛있을 거야." 이 사람이 고른 사과는 남아있는 사과 중에서 제일 맛이 없는 사과지만 이제까지 먹어본 사과 중에서는 제일 맛있는 사과가 되고 거기에 앞으로 먹을 수 있는 더 맛있는 사과에 대한 희망의 맛이 더해진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 어떤 사과가 제일 좋은 맛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고 ‘현재의 사과를 얼마나 맛있게 먹는가"이다. 거꾸로 결론을 내어보자. 맛있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늘 과거를 아쉬워하며, 점점 낮아지는 맛의 수준을 깨닫지 못한채 단지 현재의 최고만을 고집하다가 현재 느끼는 맛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무계획적인 사람이다. 반면에 맛없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은 과거의 맛없는 사과의 맛을 기억하고 현재의 사과를 감사해 하며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미래의 더 맛있는 사과를 기대하며 희망을 갖고 사는 진취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다. 내가 갖고 있는 사과가 얼마나 좋은 맛을 가지고 있는가를 따지기보다는 그 사과를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어떨까. 아울러 지금 먹고있는 사과보다 더 맛이 좋은 사과를 미래를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남겨놓을 줄도 아는 여유도 가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