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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우린 주권을 잃었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일전에 한 여자 교우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목사님! 절 위해 기도 좀 부탁드려요. 기도제목조차 차마 말씀드릴 수 없어요. 너무나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기도해주세요. 원인도 알고 결과도 알고 어떻게 해야 되는 지도 다 알아요. 제가 나쁘다는 것도 알아요. 돌이켜야 되는 것도 알아요…. 그러나 문제는 제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전 어찌하면 좋아요….”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무슨 죄일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원인도 알고 결과도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다 아는데...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난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겨주시기를 기도했다. 이 여인의 사연을 대하면서 한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여중생을 성추행 하려던 미군이 덜미를 잡혔다. 정부는 그들의 만행에 즉각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조사에 나섰다. 여론이 들끓었다. 미군 당국은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역주둔 사령관과 총영사가 공개 사죄했다. 미국대사가 외무 당국자를 방문해 공식사과 했다. 주둔 미군 전원에 무기한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분노하는 주민들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웃 일본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런 얘길 들으면 분노를 느낀다.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일본과 너무나 다르다. 작년 4월 대구에서 주한미군의 50대 군속이 초등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들머리에 거주하면서 어린 꽃들을 유인해 성추행을 일삼았다. 지난 3월 동두천 미군부대 주변에서 미군에 의한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러나 한국은 조용했다. 한 두 신문을 제외하고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민이 먹는 한강에 미군이 독극물을 방류한 사건이 일어나도 어느 나라처럼 크게 흥분하지 못한다. 노근리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가족들의 한 맺힌 외침이 있어도 그저 쉬쉬한다. 내가 다닌 중학교 옆에는 미군부대가 있었다. 그 지역의 주민들은 미군들에 의해서 불이익이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 번은 택시기사가 미군에 의해 맞아 죽은 일이 있었다. 고발도 했다. 분노한 주민들은 처벌해 달라고 시위도 했다. 그러나 그 미군이 처벌받았다는 얘길 못 들었다. 명목상으로 우리는 주권국가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정적인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의지대로 하지 못한다. 미국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다. 한 국가의 자주권을 대표하는 국군통수권은 명목상으로 대통령에게 있지만,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전쟁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총을 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새삼스럽게 무슨 식민사관을 들먹이고 싶지도 않고,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내면의 실상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산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주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나는 발견한다. 결정적인 상황을 만날 때마다, 속절없이 나의 주권이 양도되는 것을...... 어떤 힘이 나를 지배하여 욕심과 죄악을 따라가도록 이끄는 것을 느낀다. 나를 압도하여 원치 않는 길에 무릎꿇도록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난 그 때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서 성경은 죄 아래에서 고통 당하는 인생의 독백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