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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잊을 수 없는 수업
이종오 전북지부 감사

누구나 아련한 추억속에서 떠올려지는 초등학교 시절의 선생님이 한 분쯤은 계시겠지요. 나의 경우는 지리산 골짜기 한 초등학교 시절 4학년 때 담임이셨던 ‘권병하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그것은 그 분께서 우리와의 첫 대면에서 들려주신 몇 가지 잊혀지지 않는 말씀 때문입니다. 33년 전 그것도 철부지 어린이였던 때 들었던 얘기를 기억한다는 것이 믿기가 어려워 설마 하는 의구심을 갖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간추리긴 했어도 전혀 꾸밈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때 첫 수업을 ‘인연’이라는 주제와 함께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군대에서 포병으로 계시면서 표적지에서 깃발을 흔드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얘기를 칠판에 그림을 자세하게 그리시며 설명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사람이 지나가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으로부터의 인연이 있기 때문이라는 불가의 얘기를 그때 처음으로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되었는데, 우리들과 선생님의 첫 만남을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자는 당부의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음에는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였던 ‘처칠’ 수상이 초등학교 때 쓰던 책상에는 그의 이름이 새겨진 채로 보존되고 있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하셨습니다. 셋째는 ‘花無十日紅’이라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좀 어려운 한자성어를 칠판에다 쓰시고는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십 년 세도정치가 없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셨는데 그 당시 나로서는 그 깊은 뜻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빗대어 하신 얘기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같은 짓을 하는 사람만이 사람이다’라는 얘기를 하셨는데 그 말씀은 이후 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가슴속 깊이 한 자리를 차지하여 나의 인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 모든 얘기들을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이 네 가지 말씀을 들려주시는 것으로 첫 수업을 마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너무나도 귀중한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퇴직하시어 광주에 계시는 선생님이 가끔씩 그때의 수업시간과 함께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첫 수업이요,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