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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청주 교도소에서의 하루
강승민(서울치대 본과 4년)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장애인 먼저 실천중앙협의회가 함께하는 장애인 구강보건증진 공동캠페인의 일환으로 청주 장애인 특화교도소 교화 방문이 지난주에 있었다. 평소 이 캠페인에 관심이 많았고, 때마침 사랑나누기 치과의사모임에서 장애인 재소자들의 구강검진을 한다고 하여 검진팀의 일원으로 행사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TV 드라마 등에서 피상적으로만 보던 교도소의 내부를 들어가본다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기회였고, 의료혜택에서 다소 소외된 ‘장애인 죄수"들의 검진이 예비 치과의사로서 한창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배우고 있던 나에게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 판에 박힌 생활에 답답해 하고 있던 나에겐 어떻게든 서울을 벗어나고픈 욕구 또한 컸기에 환자와의 약속도 미루고 선뜻 따라나서게 되었다. 5월의 소망재활원의 중증 장애인 어린이 방문에도 참가했던 터라 외부 방문이 그리 낯설진 않았다. 버스를 타고 두시간, 후덥지근한 날씨를 체감하며 버스에서 내리니 굳게 닫힌 녹색 철문과 높은 경비탑이 눈에 띄었고 비로소 교도소에 왔음이 실감났다. 휴대폰을 맡기고 여러 철문을 거쳐서 강당행사장에 들어서니 푸른 죄수복과 흰 운동화를 신은 수인들이 정렬로 앉아 있었는데 그들 바로 뒷자리엔 방문객들은 앉지 못했으며 삼엄한 경비가 느껴졌다. 적당한 불안감과 긴장감에다 복잡한 상상이 머릿속에 꽉 차서 상단의 이수성 전 총리 등의 고위급 인사들의 말이 잘 들어올 리 없었다. 점심시간 후 치과진료실 오픈식과 검진이 이어졌는데, 진료실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시멘트 회색벽의 좁고 답답한 공간에 선풍기마저 없어 매우 답답하고 후덥지근했다. 솔직히 새 유니트체어가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대부분의 행사 관련 인사들과 기자분들이 가신 후 사랑나누기 치과의사모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장애인 수인들의 구강을 검진하였다. 문제점을 확인하고 차팅하고 치료계획까지 세우는 것이었는데 첫 환자 대했을 때처럼 긴장된데다 찌는 날씨에 가운까지 입으니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반면 들어오는 수인들은 죄수복을 입었을 뿐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보통 사람들이었고 ‘장애"가 거의 눈에 띠지 않는 이들도 꽤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보통 환자보듯, 아니 오히려 더욱 정성을 들여 차례로 검진을 한 후 필요한 치료를 설명해 주었다. 내가 본 분들은 생각했었던 것보다 구강 상태가 양호했으나 치석제거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근심경사된 매복사랑니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에게 “수술로 빼야한다"고 했더니 “여기선 안뽑아 주는데 이제 12년 되었고 앞으로 6년 더 있어야 나가는데…." 라며 체념하던 이, “치석제거 받고 싶은데 다음 주부턴 안오십니까" 며 호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이, 들어설때부터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검진 끝난 후엔 꾸벅 90도 절하고 나가던 이, 내가 마스크를 벗고 말해야 했던 농아분, 그리고 특히 워낙 엉망이라 어디서부터 손댈지 감이 안잡히건만 별로 불편이 없다고 힘없이 말하던, 한쪽눈은 반흔인 맹인분 등. 담당한 모든 환자를 검진한 후 명단의 죄명을 얼핏 보니 절반 이상이 살인, 그 외에도 강도 강간 등 흉악 범죄 일색이라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이들이 이렇게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을 겁니다. 인간의 정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굳이 서울에서 찾아와준다는게 감격적이고 기억에 남는 일일거예요. 사실 여기 들어와본 사람 중에 여자는 몇 없지요." 봉고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교도소 작업과장님의 말을 상기시키며 하루를 정리했다. 그곳의 사람들에게 뿐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책의 어떤 신기한 내용보다도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기에. 아울러 오늘이 홍보성, 이벤트성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행사로 남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