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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천국의 아이들
고순언 원장(경기 하남시 고치과의원)

얼마 전 퇴근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와 딸아이가 평소와는 달리 TV 화면에 열중하고 있었다. 화면은 얼핏만 보아도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영화의 한 토막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아이가 학교에 지각하여 선생님께 야단맞는 장면부터 보게 되었는데 이후로 나도 귀가후의 할 일도 잊은 채 화면 속으로 몰입하게 되고 말았다. 간만에 일렁이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영화의 제목은 이 글의 제목과 같고, 감독은 처음부터 안 봐서 이름을 잘 모르지만 아마도 이란 사람인 것 같다. 이란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인 그 아이는 오후반에 다니는데 지각을 한 이유는 오전반인 여동생과 낡은 운동화를 교대로 신고 등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동생의 구두를 오빠가 잃어버린 이후로 두 남매는 오빠의 낡은 운동화를 교대로 신기로 하였었다. 월세조차 몇 달째 밀려있는 가난한 부모에게는 차마 새 신발을 사달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여동생의 잃어버린 분홍구두를 신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곤 그녀의 집에까지 미행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맹인 고물상이었다. 구두를 돌려달라고 말 못하는 여동생 자라…. 영화의 스토리는 오빠가 여동생에게 새 신발을 선물할 기회를 준비해 두었는데 어린이 마라톤대회에의 참가가 그것이다. 대회에 3위 입상을 하면 운동화를 상품으로 준다는 광고를 보고 오빠 알리는 선생님께 눈물로 참가를 호소한다. 알리는 불쌍한 자라를 생각하며 달리고 넘어지고 또 달린다. 꼭 3등을 해야하지만 본의 아니게 우승을 먹고마는 알리.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풀이 죽어 있다. 구멍난 운동화를 신고 달린 그의 두발의 상처는 연못 속의 금붕어들이 어루만져 준다. 이미 개봉된 영화라 미리 보신 분들께는 뒷북을 치는 꼴이 되어 민망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가져다준 잔잔한 감동이 그 어떤 격정의 서사시보다도 진한 것이었기에 혹 기회를 놓치신 분들은 이번 휴가 때 자투리 시간이라도 내어 빌려 보기 바란다. 테헤란의 빈민촌 아이들이 갖는 나눔의 미학을 30년전의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하나 더 생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