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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탑(塔)을 쌓는 사람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탑처럼 인간문화의 속성을 잘 나타내 주는 것도 없다. 인간은 탑을 좋아한다. 그리고 늘 탑을 쌓는다. 문화적 형태는 다를지라도, 인간은 궁극적인 경지를 향하여 사상적 오류나 경험적 착오를 줄이면서 그 정상에 오르고자 애써왔다. 나는 탑(塔)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느낌은 안정감이다. 밑에서부터 일정한 수학적 비율을 따라 작아지면서 올라간 탑을 볼 때마다 천년만년 흔들림 없이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두번째 느낌은 불안감이다. 일정한 비율로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돌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빠지거나 균형이 흩어지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 그것이다. 그렇다. 역사가 남긴 무수한 인간의 탑들은 부인할 수 없는 두 가지 속성을 말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안정감과 불안감이다. 탑으로서의 역사는 인간 속에 감추어져 있는 이 두 가지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역사는 안정 속에서 불안을 잉태하고, 희망 속에서 절망을 키우며, 발전하면서 후퇴한 면이 있다. 모든 분야는 이것을 기억하고 겸손해야 한다. 이 겸손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지혜이다. 특별히 생명을 다루는 분야일수록 이러한 자세가 절실하다. 겸손을 잃으면 그 피해가 존재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작금에 인간을 복제하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나는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탈리아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교수와 미국 켄터키대 생식의학 은퇴 교수인 파노스 자보스 박사는 조만간 복제인간을 만들어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엄청난 기금을 확보한 이들은 오는 11월부터 기존의 체세포 복제 기술이 아닌 새로운 기술로 복제를 단행하겠다고 장담했다. 희망하는 여성 자원자 200명도 확보했단다. 이들 말고도 미국의 종교단체‘라엘리안 무브먼트’는 이미 인간복제에 착수해 초기 실험을 실시했단다. 이 단체의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는 남성 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난자에 주입해 초기 단계의 배아로 키워내는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복제기술을 통해 에이즈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혈액암등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으며 사고나 병으로 장기나 신체가 훼손됐을 경우 인간의 장기를 가진 돼지나 소를 통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며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단다. 과연 정말 그런가?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는 1996년 7월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방법을 통해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 ‘돌리’가 태어나기까지 실패한 수백 번의 실험에서 수많은 끔찍한 기형의 복제양이 태어났고 그들은 다 죽었다. 비교적 단순한 기관과 조직을 갖고 있는 하등동물보다 포유류 그것도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로 갈수록 복제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과학이 수 없는 실패의 반복을 통해서 진보하는 학문임을 주지할 때, 그리고 그 대상인 인간이 하나님의 최고의 걸작품인 것을 생각할 때, 인간복제는 한 번 시작되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운명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끝없는 복제의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끔찍한 실패의 그림들을 상상하면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인간이 정신과 영혼을 소유한 사회적인 존재임을 생각할 때, 내 불편함은 인간의 존재와 삶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된다.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그들도 탑을 쌓았다. 예상되는 오류와 실수를 줄이면서 밑에서부터 정교하게 쌓아 가면 하늘까지 닿을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신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형편없는 상상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속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탑을 쌓고 있다. 언젠가는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난 균형감각을 잃은 이들 때문에 영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