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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 삶>
십자수 시계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어젯밤, 나와 동역하는 윤목사님의 사모님이 뜻밖의 선물을 주셨다. 십자수 시계였다. 네모난 액자 속을 맴도는 분침과 시침의 둥근 여백에다 하늘을 날아가는 예쁜 동물인형을 수놓아 만든 작품이었다.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너무도 예쁘고 정감이 있는 십자수 시계였기에…. 그리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만든, 사모님의 마음이 깃들여 있는 것이었기에…. 요즘 십자수를 비롯한 수작업 제품들이 크게 유행이란다. 인스턴트가 판을 치고, 공업제품으로 삶의 공간을 채워야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이 손으로 만든 것을 찾고 있단다. 또 ‘DIY’(Do It Yourself)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가구를 비롯한 뜨개질, 옷 만들기, 빵 만들기 등 기호를 따라 직접 만드는 매니아들이 늘고 있단다. 그래서 한동안 젊은 여성들로부터 각광을 받던 십자수의 열기가 이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남성들에게도 스며들고 있다는데. 최근 강의실에는 쉬는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십자수를 뜨는 남학생들도 심심찮게 발견된단다. 손으로 만든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뭐랄까. 어떤 정감과 특별한 마음을 느끼게도 하고, 훈훈한 사람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신문에서 읽은, 한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십자수는 친구를 비롯해 주위사람들에게 선물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맞다. 손으로 만든 것은 선물에 참 좋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정말 없을 것이다. 선물로 좋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맘을 담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렇다. 손으로 만든 것은 마음을 담는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좀 쑥스러운 추억이지만, 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다. 어느 날 하교 길에 한 여학생이 조그마한 선물상자를 내밀고는 달아났다. 아마 그 여학생이 나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상자를 풀어보니 손뜨개질해서 만든 예쁜 벙어리 장갑이 주인을 보고 웃고 있었다. 남이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어서, 교복 주머니에만 넣고 다니면서 겨우내 만지작거리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쯤 되어서, 나의 마음속에서도 그 여학생을 향한 무엇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청년기에 몹시 방황했다. 언제였던가. 건강이 악화되어서 부산 누님 댁에 들러서 한 주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때 누님은 내내 뜨개질만 하셨다. 난 누님이 뜨개질에 취미가 있는 줄만 알았다. 한 주간을 보내고 산사(山寺)로 들어가던 날, 누님은 뜨개질한 스웨터를 입혀 보내셨다. 일주일 동안 내내 누님은 사랑을 실로 엮고 계셨던 것이다.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은 참 정이 많은 분이시다. 우리가 그의 수작품(手作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손으로 빚어서 만드셨다. 하잘 것 없는 진흙을 모아서 당신의 모양과 형상으로 빚으셨다. 우리를 품에 안고 얼굴도 만드시고...... 눈도, 코도, 입도......다 손으로 빚으셨다. 우리 몸에는 그러므로 하나님의 정이 배어 있다. 우리가 사람에게서 정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하나님에 대한 느낌이 아닐까. 그래서 하나님은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하여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사모님의 십자수 시계를 빨리 달자고 했다. 아내의 명령(?)에 할 수 없이 한 밤 중에 벽에 망치질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망치소리에 아래층 아저씨가 초인종을 누르고 무섭지 않은 항의를 하셨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