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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내 속에서 나는 하프소리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쇼핑하러 갈 땐 반드시 배를 든든히 채워라...” 신문을 읽다가 눈길이 멈췄다. 백화점들이 일제히 가을정기세일을 벌리는 요즘, 이색적인 쇼핑비결을 제시한 기사였다. 다섯 가지였다. 첫째, 배가 많이 고플 땐 쇼핑가지 말란다. 배가 든든하지 않으면 필요 이상의 식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둘째, 열 받을 땐 쇼핑을 삼가란다. 어떤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가 과소비에 불을 지르기 때문이다. 셋째, 냉장고의 재고를 확인하란다. 불필요한 중복 구입을 막기 위해서다. 넷째, 아이와 함께 가지 말란다. 뜻하지 않은 물건을 사기 쉽기 때문인데, 시간도 절약된단다. 마지막으로 필요 이상의 돈을 갖고 가면 안 된단다. 지갑에 돈이 두둑하면 쇼핑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백화점의 유혹을 뿌리치도록 하는 재치였다. 가을, 이 좋은 계절에도 우리는 유혹 앞에 서 있다. 어디 이런 백화점 앞에서 뿐이랴. 정치·경제·사회·문화 심지어 종교 백화점까지 활짝 열어놓고 유혹은 철이 바뀔 때마다 정기세일을 하고 있다. 먼 후일에서야, 정말 먼 후일에서야, 우리는 불필요 한 것을 구입하느라 가장 소중한 생명을 소비하며 살았음을 한탄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박태준 전 총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난 다시는 정치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도 정치를 함께 하자고 유혹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경륜 많으신 분이 정치인들의 제안을 유혹이라고 말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그렇다. 유혹은 아름답고 달콤하기 때문이다. 유혹은 색깔이 아름답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뱀은 아프리카에 사는 ‘부시 매스터’라는 독사란다. 독성이 강해 누구든 물리면 10분을 견디지 못한다는데. 그러나 이 뱀처럼 아름다운 피조물은 없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오색찬란한 자태를 뽐내며 숲을 기어다니면 ‘숲 속의 주인공’이랄 만큼 환상적이어서 그렇게 무서운 독성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란다. 또 유혹은 냄새가 달콤하다. 보루네오 섬에는 ‘네펜세스’라는 아름다운 꽃이 있단다. 모양도 아름답지만 향기는 단연 압권이라고. 그런데 이 식물은 뿌리로는 물을 흡수하지만 꽃잎으로는 벌레를 잡아먹는단다. 벌레나 곤충들은 감미로운 향기에 취해 꽃잎에 몰려들게 되는데, 그 순간 꽃잎은 문을 닫고 독한 소화액을 내뿜어 곤충을 녹여버린단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옛날 헬라신화에 한 섬에는 사람을 유혹하는 일종의 여신인 사이렌들이 있었단다. 이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그 근방으로 지나가는 선원들과 여객들을 그 섬으로 유혹하여 돈을 다 빼앗을 뿐더러 마지막에는 생명까지 해쳤다고 한다. 수많은 생명들이 이 유혹의 희생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체이슨이라는 아주 지혜가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가 한번은 제자들과 함께 부득이 그 섬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당시에 가장 유명한 음악가였던 올피어스로 하여금 하프를 연주하도록 하였단다.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배에 탄 사람들은 금방 심오한 음악에 도취되었고, 사이렌들의 유혹의 노래에 아무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그 섬을 지나갔다고 한다. 누가 인생을 고해라고 했던가. 인간이 이 인생의 바다를 지나갈 때에도 종종 유혹의 사이렌을 듣게 된다. 때마다 백화점을 열고 우리의 마음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 사이렌에 유혹되어 파멸을 당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거기 이끌리지 아니하고 인생의 항로를 바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 속에서 나는 하프소리를 듣는 것이다. 유혹의 노래를 이기게 하는 하프소리는 무엇인가. 성경 시편에 이런 말씀이 있다. “너희는 귀를 기울여 내 목소리를 들으라. 자세히 내 말을 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