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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감사는 인격의 결실이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일주일 내내 목 감기 때문에 고생했다. 감기에 들면서 갑자기 목이 잠겨버렸다. 다른 곳은 다 멀쩡했다. 말만 하지 않으면 전혀 불편이 없었다. 그런데 설교를 할 수 없다는 게 큰 문제였다. 토요일 오후가 되어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약을 먹어 보기도 하고 따뜻한 물을 마셔보아도 별 차도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동역하는 목사님께 주일설교를 부탁하고 푹 쉬었다. 주일엔 여느 성도처럼 예배만 참석했다. 주일 내내 그래서 좀 우울했다. 그러나 지금은 말짱하다. 완전히 회복되었고, 수요일 밤예배 설교를 하면서 나는 맘껏 소리를 질렀다. 시원했다. 그리고 돌아오는데 가을 홍엽(紅葉)처럼 마음에 조용히 떨어지는 게 있었다. 감사였다. 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새삼스럽게 여간 감사하지가 않았다. 또 어려울 때 기꺼이 도와주는 동역자가 있는 것도 감사했다. 약을 챙겨주는 아내가 있다는 것도 감사했다. 더운물을 떠다주는 딸애가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기도해 주는 성도들이 있다는 것도 감사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약점 하나가 있다. 좀처럼 감사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모든 것을 공짜로 누리며 사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맘껏 마시는 물과 공기, 맘껏 보고 즐기는 산과 들, 더불어 만나고 즐기는 사람들….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공짜로 받아 살면서 그 입에서 감사하다는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감사는커녕 오히려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를 좋아한다. 어느 여름 한 낮이었다. 두 사람이 땡볕에 걷고 있었다. 급기야 두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피곤한 걸음으로 휘청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가지가 무성한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그 나무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구세주를 만난 기분으로 나무 그늘로 달려들었다. 막힐 것 같던 가슴이 열리고 이마의 땀방울도 식어지자 두 사람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보게 나무란 원래 대부분 어디엔가 쓸모가 있는 법인데, 여기 이 오리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네. 정말이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진 게 이 나무 같군.” 그러자 옆 사람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 정말 쓸모 없는 나무야. 도대체 사람들은 이런 나무를 왜 내버려두는지 모르겠군….” 그늘에 앉아서 감사대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처럼, 오늘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며칠 전 뉴스에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한국에 밀입국하려던 중국동포 25명이 네 평 남짓한 고기창고에 숨어 들어오다가 그만 질식해 숨졌단다. 이들은 중국 배에 있는 6일 동안은 아무 것도 못 먹었고, 한국 배에 옮겨 탄 뒤에도 밥 한끼와 곰팡이 낀 빵 두 개 외엔 아무 것도 먹지 못하였단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그 좁은 창고 속에서 버둥대다가 다 죽은 것이다. 가혹하게도 이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죽은 이들을 바다에 다 내던져 버렸다니 참 통탄스럽다. 그런데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다는 말 때문이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사는 이 절망의 땅이 그들에게는 꿈의 나라였단 말인가’라고 뇌까렸다. 그렇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이 땅이 꿈의 나라였던 셈이다. 물론 우리는 힘들다고 난리들이지만, 그들이 볼 때에는 우리가 ‘꿈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꿈의 나라’에서 우리는 얼마나 불평을 토해내며 살고 있는가. 그래서 하나님은 감사에 관한 법을 제정하셨다. 오죽 감사할 줄 모르면 그것을 법으로 만드셨을까. 감사의 이유를 발견하고 마땅히 감사할 줄 아는 것, 이것이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사람의 인격이다. 그래서 S. 존슨이라는 사람은 “감사는 위대한 인격의 결실이다. 그대는 배은망덕한 사람에게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늘 집에 가서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 보라.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 보라. 이것이 위대한 인격의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