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의 일이다. 미국 보스턴 시(市) 옆에 소머 빌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성탄을 기념하기 위해서 시청광장에 첫 번 성탄의 모습을 재현시켜 놓았다고 한다. 작고 초라한 마구간,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 그의 남편 요셉, 들에서 양을 치다가 경배하기 위해 온 목자들, 멀리 동방에서 별을 보고 찾아와 무릎꿇은 박사들…. 첫번 성탄절의 이 모습은 작은 도시의 명물이 되었고, 시 당국에서는 성탄절 날 성대하고도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가지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성탄절 축하행사를 하루를 앞두고 누군가가 아기 예수를 훔쳐가 버렸다. 마리아, 요셉, 양 치던 목동들, 동방박사들의 모습은 그대로 있었다. 단지 성탄의 주인공인 아기 예수만 없어진 것이었다. 이 실화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왔다. 이미 성탄절은 기독교인만의 명절이 아닌 것 같다. 세계의 축제일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날을 환영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 반짝거리는 거리의 추리를 감상하면서, 캐롤송에 콧노래를 부르면서, 금박지와 은박지에 포장된 마음을 사랑하는 이들과 주고받으며…. 그러나 난 아쉬운 게 많다. 성탄 본래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그저 자선냄비를 내걸고 식어진 양심을 울리는 구세군의 종소리에서 성탄의 의미를 찾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성탄의 의미로 대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일잔치에 주인공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엉뚱한 인물이 주인공이 되었다. 그 대표적인 주인공이 산타클로스이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준다는 노인이 바로 그다. ‘거룩한 니콜라스(Saint Nicholas)라는 별명을 가졌던 니콜라스는 소아시아 터키지방의 주교였는데, 붉은 색 옷을 입고 많은 선물을 준비하여 크리스마스 이브에 썰매를 타고 다니다가 굴뚝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와 잠들어 있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는 아름다운 인물이었으며 또한 신비한 전설의 주인공이다. 여관에서 억울하게 토막살인을 당한 어떤 삼형제를 도로 살려냈다고 하기도 하고, 가난했지만 자존심이 강해서 도움 받기를 거절하는 어떤 노인에게 지붕 위로 올라가 돈을 떨어뜨려서 딸을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도록 해 주었다고도 하고, 세 딸의 혼수를 준비하지 못해 비탄에 빠진 가난한 가정 안으로 황금 막대기를 던져주면서 ‘하나님께 감사하시오. 이것은 당신의 하나님이 나를 보내신 것이오.(Give thanks to God. for it is He who Sent me to you.)’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그를 성탄의 주인공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소설가 펄 벅(P. S. Buck)이 쓴 ‘크리스마스 이야기’란 소설 얘기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여섯 살 된 샌디는 크리스마스 추리와 거기 놓인 선물들을 구경하려고 자기 침실에서 가만히 일어나 나왔다. 그런데 그는 한 마리의 생쥐가 구유 뒤에 고양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추리 옆을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샌디는 가까스로 고양이를 쫓아 생쥐의 목숨을 구해주고는 다시 침실로 들어가 혼자 생각했다. ‘생쥐의 목숨을 살려 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불쌍한 생쥐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하면서 혼자 그것만 생각하느라고 크리스마스에 대한 것은 아주 잊어버리고 말았단다. 좋은 일을 했지만, 그는 성탄을 맞이하진 못한 것이다. 주인공은 아기 예수다. 그가 성탄의 의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성탄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기를 꺼린다. 그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 그가 무슨 일을 하였는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이런 얘기를 싫어한다.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