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구름많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21.1℃
  • 박무서울 22.4℃
  • 박무대전 21.6℃
  • 구름많음대구 24.8℃
  • 구름많음울산 23.7℃
  • 광주 22.8℃
  • 박무부산 22.2℃
  • 구름많음고창 22.7℃
  • 흐림제주 24.7℃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1.4℃
  • 맑음금산 21.8℃
  • 구름많음강진군 23.2℃
  • 구름많음경주시 23.7℃
  • 흐림거제 22.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
10년 동안의 사랑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어저께 모 TV 뉴스에서 참 감동적인 소식을 들었다. 위독한 아들을 구하려고 자수한 한 수배자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3년 전부터 경찰의 수배를 피해서 도망 다니던 사람이었다. 지난 98년 IMF 한파 때에 8천만원을 갚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바람에 줄곧 도망자의 생활을 해왔다고. 그렇게 이곳저곳으로 도피하며 지내던 어느 날, 할머니 댁에 맡긴 아들의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가 그는 아들이 당장 간을 이식 받지 않으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게 되었다. 아들의 병은 윌슨병, 체내에 흡수되는 구리 성분이 몸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점점 간에 쌓여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 받지 못하면 살기 힘든 병이란다. 이 소식을 들은 도망자 아버지는 경찰에 전화를 해서 자수를 할 테니 간이식 수술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좋은 아버지를 둔 덕택에, 아들은 아버지의 간을 이식 받아 소생하게 되었다는 영화 같은 얘기다. 톨스토이는 인생을 향하여 이렇게 질문하였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단언하기를 “그것은 사랑이다!”라고 하였다. 옳은 말이다. 사람에게 유익한 게 많을 것이다. 좋은 것이 많을 것이다. 필요한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 중에서 하나만을 고르라면 나는 사랑을 갖겠다. 없어서는 안 되는 것, 난 그것이 사랑임을 확신한다. 요한 B. 두루텐의 ‘종과 책과 초’라는 희곡에 나오는 대사 중에 “성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나 악마는 모든 것을 미워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랑이 없는 세상, 그것은 곧 악마의 도시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또 뉴스 얘기를 해야겠다. 앞의 사랑의 아버지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이번에 전혀 다른 뉴스가 이어졌다. 아들이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고. 이 무정한 아들은 4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친척집을 떠돌다 결국은 보육원에 맡겨졌다고 한다. 13살 때 아버지와 다시 함께 살게 됐지만, 한 달 뒤 재혼하면서 다시 보육원으로 보내짐으로 또 버림을 받는다. 아버지와 떨어지기 싫어서 수없이 흘렸던 눈물은 서서히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자랐단다. 사건 사흘 전 보육원 친구들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러 집에 데려갔다가 아버지에게 심한 면박을 당했다는데, 경찰에 붙잡힌 그는 “아버지는 늘 나를 짐으로 생각했어요”라고 몸부림쳤다. 아버지로부터 사랑대신 미움을 받아온 아들의 일종의 보복 살인극인 셈이다. 힘든 세상이지만, 사랑이 있으면 대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하려고 벽을 뜯게 되었다. 일본 집의 벽은 소위 ‘오가베’라 하여, 중앙에는 나무로 얼기설기 대고 양쪽에 진흙을 바르기 때문에 항상 속이 비어 있다. 그런데 벽을 뜯다보니 벽 속에 한 마리의 도마뱀이 갇혀 있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벽 밖에서 안으로 박은 긴 못에 꼬리가 물려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더라는 것이다. 집주인은 도마뱀이 가엾기도 하거니와 호기심이 생겨 그 못을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못은 십 년 전 그 집을 처음 지을 때 박은 못이더란다. 그렇다면 도마뱀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을까. 캄캄한 벽 속에서의 십 년, 너무도 긴 세월이었다. 무엇을 먹고 살아왔을까. 십 년 동안 굶었을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주인은 벽 수리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과연 도마뱀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주인은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입에 먹이를 잔뜩 물고서……. 그렇다. 십 년 동안이나 먹이를 날라다 주었던 것이다. ‘10년 동안의 사랑’이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세상 살기 어려워도, 사랑만 있다면, 우리도 10년은 능히 견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