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구름많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21.1℃
  • 박무서울 22.4℃
  • 박무대전 21.6℃
  • 구름많음대구 24.8℃
  • 구름많음울산 23.7℃
  • 광주 22.8℃
  • 박무부산 22.2℃
  • 구름많음고창 22.7℃
  • 흐림제주 24.7℃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1.4℃
  • 맑음금산 21.8℃
  • 구름많음강진군 23.2℃
  • 구름많음경주시 23.7℃
  • 흐림거제 22.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
죄를 두려워하는가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지난주에 집안 일이 있어서 부산엘 다녀왔다. 부산을 향해 두어 시간을 달리다가 휴게소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 지루하기도 하고 배도 고프기도 해서 말이다. 휴게소에 들러서 이것저것 볼일을 본 후에 자동차에 열쇠를 끼고 돌렸더니 시동이 걸리질 않았다. 다른 때는 크륵크륵 소리라도 났는데, 그저 먹통이었다. 참 난처했다. 할 수 없이 주유소 옆 자동차 정비소에 도움을 청했다. 잠시 후에 기술자가 왔다. 그가 잠시 만지작거리자 금방 붕하고 시동이 걸렸다. 하도 이상하고 신기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물었다. 그의 설명인즉 자동차는 엔진을 발동시켜 주는 ‘스타터"라고 하는 것이 있단다. 열쇠를 넣고 돌리면 바테리의 힘으로 ‘스타터"를 돌리고, ‘스타터"가 엔진을 시동시켜 주는데, 그만 그 연결된 부분이 끊어져서 먹통이었다는 것이다. 시동을 걸고 부산을 향해 달리면서 생각해 보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연결되어 있어야 할 부분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모양이라고. 본질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상태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것 같지만 근원에서 떨어져 나왔기에, 마치 줄기에서 꺾여진 꽃처럼, 그 잠시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금방 시들어 버릴 수밖에 없는 인생 말이다.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상태의 원인을 죄라고 한다. 죄가 인간으로 하여금 붙어 있어야 할 하나님에게서 떨어져 나오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죄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가리켜 죄인이라고 한다. 죄인에게는 증상이 나타난다. 죄를 범하는 것이다. 내면의 죄가 범죄로 드러나는 것이다.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원수맺고 싸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외면적인 데 연유한 것 같지만, 진짜 원인은 붙어 있어야 할 대상에서 떨어져 나온 마음의 죄 때문인 것이다. 이 궁극적인 원인을 깊이 절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톨스토이의 작품 가운데 ‘재난의 원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지내던 두 집이 있었다. 어느 날 이쪽 집의 닭 한 마리가 저쪽 집으로 들어가 알을 낳았다. 이것을 안 이쪽 집의 아이가 저쪽 집의 아이에게 그 알을 달라고 하였다. 저쪽 집의 아이는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알이 없다고 하였고, 결국 두 아이는 심하게 싸웠다. 엄마들도 싸웠다. 늦게 집에 돌아온 아버지들도 싸웠다. 이쪽 집 사람들은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쪽 집에 불을 질러버렸다. 그런데 저쪽 집을 태우고 난 불이 그만 역풍에 밀려 이쪽 집도 태워버렸다. 두 집안 사람들은 잿더미에 앉아서 별을 쳐다보며 하룻밤을 지냈는데, 이제 반성을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계란 하나 때문인가. 아니다. 욕심, 자존심, 질투, 분노, 교만, 오기…. 어디에선가 떨어져 나와 제멋대로 놀아나는 마음의 죄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문제다. 물론 빈곤이나 주택문제나 인구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매춘, 사기, 살인, 마약 등도 해결해야 한다. 분명히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이 것들은 질병의 증상일 뿐 질병 그 자체는 아니다. 콧물을 닦고 입을 틀어막아 기침을 멈추게 한다고 감기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죄의 증상들과 싸운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죄가 아닐까. 왜 그런가. 죄를 해결할 인간 편에서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셔야 했겠는가. 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로마 제국의 왕비 유도키아가 당시의 대 설교가였던 크리소스톰을 추방시키겠다고 위협했을 때, 그는 사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가서 그녀에게 전하라. 나는 죄 이외에는 두려운 것이 없다고." 죄를 두려워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