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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아내의 빈자리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이탈리아 속담에 “아내가 없는 자는 잎과 가지가 없는 나무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 없이 사는 남자의 일생이 마치 겨울나무처럼 늘 외롭고 메마를 수밖에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요즘 그렇다. 3주 전부터 나는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딸애의 약간의 신체적인 핸디캡 때문에, 아내는 잘 아는 선생님에게 수술을 맡긴다고 부산으로 내려갔고, 나는 아들과 함께 집에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날, 아내는 아들녀석과 잘 지낼 수 있느냐고 걱정스레 물었다. 난 큰소리로 등을 치며 떠밀어 보냈다. 그리고 정말 처음 한 주간은 장담한 대로 잘 해냈다. 그러나 두 주를 지나면서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꼬박꼬박 챙겨먹던 하루 세끼 밥이 두 주 째부터 두끼로 줄어들더니, 이제 그 두어 끼의 밥도 찬밥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다. 아내가 해 두고 간 밑반찬이 다 떨어져 가면서, 먹기 싫은 김치만 먹으라고 윽박지르는 아빠와 아들 사이는 식사 때마다 한랭전선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세탁기 안에는 미루어 놓은 빨래거리들이 수두룩하고, 싱크대에는 찬밥그릇과 씻지 않은 식기들이 나의 소갈머리처럼 널브러져 있고, 여기저기 나뒹구는 옷가지며 침구들이 나의 게으름을 비웃고 있다. 훔쳐본 아들놈의 일기장에는 아빠와 살면서 느끼는 고달픔이 엄마를 향한 그리움으로 고스란히 타오르고 있다. 지금,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그를 그리워한다. 물론 사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없기 때문에 느끼는 마음이다. 그래서 아내와 살았던 지난 세월도 곱씹어 보고, 사진첩을 들춰보기도 하고, 연애시절 아내가 보내주었던 편지도 읽어본다. 인터넷에 ‘아내의 빈자리’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더니, 눈물어린 글이 내 맘을 끌어당겼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떤 분의 글이다. 대략 이렇다. “어이없는 사고로 아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어린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마는, 전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다해주지 못해서 늘 가슴이 미어집니다. 언젠가, 출장을 다녀온 저녁 8시,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저는 양복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 순간, “푹!”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 만한 라면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널브러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옷걸이를 집어들고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끌어내 무작정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그때 아들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저의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었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 다시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일찍 오지 않자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냈답니다.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선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을 컵 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에게 드리려고 식을까봐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 난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그의 아내를 만들어 주신 이유가 재미있다. “사람이 독처(獨處)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고 하셨다. 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내 생각에 하나님께서 하와를 만드신 것은 아담을 만드신 후 두 주 째 되는 날일 것 같다. 한 주일을 지나는 아담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은 요즘 내 꼴을 보셨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하와를 데려오니 아담이 탄성을 지르며 이렇게 맞이하였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아내가 빈자리로 남기 전에, 나도 이렇게 고백하며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