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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또 하나의 가상세계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아이 참 아버지 때문에 다 날렸잖아요.” 인터넷 게임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아서 중단시키고 그냥 껐더니 아들놈이 난리다. 잔뜩 벌어놓은 ‘사이버 머니’를 세이브하지 않았다고. 큰돈을 날렸다며 한참을 투덜대고는 자기 방문을 꽝 닫았다. 좀 걱정이 된다. 하루에 한 시간씩만 하라고 타이르지만 지켜질 때가 거의 없다. 이미 가상세계에 깊이 들어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사이버게임, 사이버병원, 사이버은행, 사이버쇼핑, 사이버상담, 사이버대학, 사이버범죄, 사이버묘지……. 기존의 명사에다 ‘사이버’라는 단어를 합성하기만 하면 또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요즘, 현대인은 이사중이다.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이 속도 빠른 이주 때문에 발생하는 많은 일탈들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게임을 하러 이웃집에 침입했던 초등학생이 주인에게 들키자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단다. 게임에서 졌다고 상대방 집에까지 찾아가 테러를 가하고, 게임을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폭행하여 병원에 입원시켰단다.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조울증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단다. 채팅 때문에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불화에 휘말리기도 한단다. 머드게임의 창시자인 미국의 리처드 게리엇은 “언젠가는 가상세계가 너무 완벽해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이미 그 증거들은 충분하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인터넷 사용자 중 23%나 되는 사람들이 “가상세계가 현실보다 좋다”고 했단다. 또 응답자의 13%나 되는 사람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중요하단다. 한 공무원의 말이 기가 차다. 그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하며 모아놓은 아이템(무기)을 모두 해커에게 도둑맞은 뒤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것 같았습니다.” 가상세계(virtual worlds)는, 컴퓨터로 모의실험(simulate)하여 마치 실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인간과 컴퓨터간의 인터페이스이다. 그러므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세계는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는 휘발성의 세계라는 것이다. 인간이 이러한 휘발성의 세계에 자신을 매몰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가상세계를 생각하면서, 나는 인간의 보다 근본적인 또 하나의 가상세계를 떠올려본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휘발성의 세계,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인생 말이다. 휘발성의 가치에 불과한데도, 너무나도 실감나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가상인생 말이다. 미국에 ‘사망의 골짜기’가 있다. 이 골짜기의 내력은 이렇다. 기차가 발명되기 전, 남캘리포니아 주(州)에서 금이 많이 난다는 소문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금을 캐러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큰 골짜기가 있었는데, 이곳은 비가 오지 않는 반 사막 지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따금씩 이 지역에 새파란 호수가 공중에 나타나곤 해서 사람들을 유혹하곤 했는데, 실물 같지만 사실은 일종의 환영에 불과했다. 이를 모르고 무작정 따라가면 사막에서 헤매다 결국 죽고 말았다. 이런 일은 아프리카 사막에서도 가끔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 신기루에 속으면 헛수고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상의 것을 붙잡으려 한다. 인생의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는 것들을 현실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 재물과 권세와 지위와 명예와 인기를 얻으려고 몰입한다. 참 귀한 것들이다. 그러나 잠시 동안 내 손안에 있을 뿐이다. 내 생명의 전원이 끊어지면 소멸되는 것이다.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심령의 공상보다 나으나 이것도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무엇이 진정한 현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