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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지역감정의 매듭을 풀자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이 출렁거리고 있다. 대선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해야 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소견이지만,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에 있다. 정말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거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불쾌한 감정 하나가 있다. 소위 지역감정 말이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막판마다 터지는 이 시한폭탄 때문에 불행을 자초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 신문이 각계 전문가들로 대선 정국을 좌우할 변수들을 점검하게 했는데, 그 첫째가 지역감정문제란다. 물론 이것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는 있지만, 어느 나라나 있는 현상이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의 지역감정이 있고, 프랑스와 독일과 이탈리아는 남북 사이의 갈등이 있다. 지난 세기말에 일어난 코소보, 보스니아, 체첸 등의 내전과 분리 독립운동 역시 지역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의 것과 우리의 것은 차이가 있다. 그들은 민족과 인종간의 문제인 반면 우리는 민족 내부 문제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어쩌다 이런 게 생기게 되었는가. 그 뿌리를 말할 때, 고려 태조 왕건이 남겼다는 훈요십조를 들먹이는 이들이 있다. 그 중 8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차령 이남과 공주 강 밖은 산형과 지세가 모두 배반하니 인심 또한 그러하다... 나라의 정권을 잡게 되면...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벼슬을 주지말라" 후백제 사람들, 호남 사람들은 등용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과거정권이 호남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차령산맥과 금강만을 배역의 형세라 하는 것도 이상하고, 설사 그렇다 해도 인간이 지형 때문에 선과 악을 구별하지도 못한다는게 더 이상하다. 또 관용과 융화를 중시했던 왕건의 통치스타일을 생각할 때, 풍수지리 탓에 자손만대 호남을 제외라는 것도 어색하다. 실제로 왕건은 호남 인재들을 많이 등용시켰고, 훈요십조는 후대 왕들에 의해서도 거의 지켜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정권이 선조의 말씀을 따르느라고 그랬다는 말은 왠지 코미디 같다. 직설적이지만, 나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역사를 만들어 냈던 부정한 정권과 그들에게 기생한 정치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획득하고 보수하기 위해서 국민을 속이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단정하고 싶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농민들의 소외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먼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자들이 지역적 기반을 중심으로 정권을 획득하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을 이용하였다. 그리고 소위 삼 김씨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지역감정을 이용하면서 우매한 백성의 마음에 고착되어 버린 것이다. 성경에, 하루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사마리아 지역을 통과하시려 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이 길을 막고 방해했다. 화가 난 제자가 "주님, 하늘에서 불을 내려서 그들을 태워버리십시오."라고 했다. 이때 예수께서 그 제자를 호되게 꾸짖으시는 장면이 나온다. 불바다를 운운하는 제자에겐 뿌리깊은 감정이 있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유대인과 사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사마리아인들간의 지역감정이 그것이다. 혈통을 중요시했던 전통 때문에, 옛날 외세의 침입과정에서 혼혈족이 된 사마리아인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동안 소외당해 왔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미워하였고, 사마리아인들은 저들을 증오하였다. 이러한 때에, 소외당한 자의 친구로 믿었던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간다는 말에 그들의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자는 다짜고짜 불바다를 만들자고 했다.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부화뇌동한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꾸지람을 들었다. 나중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셨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 이 마음이라면 우리도 지역감정의 매듭을 풀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