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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은 쟁반 위에 금 사과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의 토론을 보았다. 요즘 여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민경선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본래 의도는 보다 바람직한 선거방식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자는 뜻에서였으리라. 그러나 토론자들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정치의 생리가 그렇지만, 오직 반대편을 이겨야 한다는 집착뿐이었다. 나는 어떤 살기 같은 것을 느꼈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 때문에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토론을 보면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이 생각났다. 물론 이 말이 원래 이런데 쓰이진 않았다. ‘촌철’이란 한 치도 못되는 무기이며, ‘촌철살인’이란 경구로써, 상대편의 정곡을 찌르는 말 한 마디를 가리킨다. 남송의 유학자 나대경(羅大經)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종고 선사가 “한 수레의 무기를 싣고 왔다고 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 치 안 되는 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살인이란 칼날로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의 속된 생각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이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혀의 중요성,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혜로운 노예 이솝에게 주인은 어느 날, 손님을 초대하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요리만을 만들라고 했다. 그러자 이솝은 짐승의 혓바닥으로 온통 혓바닥 요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 요리도 혀, 두 번째 요리도 혀, 마지막 요리도 혀였다. 손님들은 처음엔 칭찬을 했으나 마지막엔 모두 기분이 상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주인이 꾸짖자, 이솝은 대답했다. “세상에 혀보다 좋은 것이 있습니까? 혀 때문에 말 할 수 있고, 지식을 전달하고 교양을 높일 수 있지 않습니까?” 말문이 막혀 화가 난 주인은 다음날 다시 손님을 초대하고 이번에는 제일 나쁜 요리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혀 요리가 나왔다. 화가 난 주인에게 이솝은 이렇게 말했다. “혀는 모든 분쟁의 씨앗입니다. 다툼의 어머니죠.” 성경 잠언에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다”는 말씀이 있다. “정치가 원래 그런 거지” 할 수도 있지만, 현명한 자는 자신의 말을 가치 있게 만드는 법이다. 시기 적절한 격려의 말은 절망하고 있는 사람에게 소망을 주고, 상처받은 이에게 치료약이 된다. 위로의 말 한마디는 때때로 남모르는 수렁에 빠진 자를 건져내며, 적절한 칭찬 한 마디는 결점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희망의 문을 열어제치게 한다. 실제로,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에 일어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신의 입술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말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용어가 더 중요하다. 모 잡지가 요즘 직장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베스트 10을 선정해 놓았다. 대략 이런 말들이었다. “요새 한가하지, 일 좀 줄까?”, “자넨 성질 때문에 잘 되긴 글렀어.”, “머리가 나쁘면 몸으로 때워.”, “이번 실수는 두고두고 참조하겠어.”, “이거 확실해? 근거자료 가져와 봐.”, “야! 너 일루 와.”,“내가 사원 때는 더한 일도 다 했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그렇게 해서 월급 받겠어?”등이다. 다 사람을 죽이는 말들이다. 듣기 좋은 말 베스트 10도 있었다. “수고했어. 역시 자네가 최고야.”, “이번 일은 자네 덕분에 잘 끝났어.”,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어.”, “오늘 내가 한 잔 살게.”, “자네에게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었군.”,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을까?”, “나도 잘 모르겠는데, 도와줄래?”, “그래, 자네를 믿네.”, “패션감각이 돋보이는데?”, “조금만 더 참고 고생합시다.”등이다. 다 사람을 살리는 말들이다. 이런 말들을 성경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 위에 금 사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