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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아버님이 돌아가실 것 같다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아버님이 평안히 돌아가시게 하옵소서!” 요즘 나의 기도제목 중의 하나이다. 팔순을 지내신 아버님이 이제 얼마 못 사실 것 같다. 요 몇 달 새에 급속도로 쇠잔해 지시면서 눈에 띄게 기력이 약해지셨다. 의사 선생님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 하셨다. 참 건강하게 사신 분인데, 세월 앞에서는 별도리가 없으신가 보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고단하게 살아오신 아버님인데…. 그렇지만 어찌하랴. 애써 마음을 다져보고 있다. 우리 아버님이 곧 주검이 되듯이, 모두 그렇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가장 확실한 진리이다. 성경의 표현대로, 한 번 죽는 것은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이치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공평하다. 그 누구에게나 똑같이 문을 열어준다. 그래서 로마의 시인 호레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회색 빛 죽음이 가난뱅이의 움막과 왕의 궁전을 문을 두드린다. 거의 동시에!” 그렇다.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왔던 곳으로 다 돌아갈 것이다. 여기와 저기는 서로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끝처럼 이어져 있다.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이다. 인생은 양면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한쪽에서만 보는 게 아니다. 죽음 이편과 함께 저편도 보아야 한다.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방랑객이고, 고아고, 포로다. 죽음처럼 확실한 게 없다면, 이것처럼 확실하게 준비해야 할 것도 없다. 아, 막연한 신념처럼 위험한 것이 또 있을까. 막연한 것은 불안을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생각하며 불안을 느끼는 것은 그 지식이 막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하다. 1980년 파리의 한 병원에 한 세기를 풍미했던 한 지성인이 폐수종으로 입원해 있었다. 그는 한 달 동안 문자 그대로 발악을 했다. 소리를 지르고 고함을 치고 절규했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병명을 아내에게 묻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죽음의 입구에서 소리치고 발악하고 괴로워했던 사람, 그런데 이 사람처럼 현대인을 깊이 감동시킨 사람도 없었다. 그는 자유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수필을 써서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쳤던 사람이다. 그는 실존주의 철학자 싸르트르였다. 이것이 그의 말로였다. 그러므로 소유에 대한 관심의 지극히 작은 분량만이라도 이 문제로 돌리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가! 그러면 이쪽의 부자가 실상은 가난뱅이인 경우가 허다함을 알 텐데. 알렉산더가 죽기 전에 신하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내 시체를 운반할 때, 내 양손이 관 밖으로 나오도록 하고 덮지 말아라.” 신하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물었다. “폐하,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몸 전체를 덮는 것이 관례인데 왜 두 손이 나오기를 바라십니까?” 알렉산더가 말했다. “나는 내가 빈손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누구나 그것을 보아야 하며, 아무도 다시는 알렉산더처럼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많은 것을 얻었으나 사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으며, 내 왕국은 거대하지만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그렇다. 비록 황제라 해도, 죽을 때는 거지로 죽는다. 아침에 눈을 뜰 때처럼 꿈을 깨어지고 모든 권력은 사라지며 왕국도 사라진다. 그래서 죽음이란 하나의 깨어남이다. 죽음의 순간에 남는 것이 진정한 것이며, 사라지는 것은 꿈이다. 이 지혜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 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 지난주에 아버님을 찾아 뵙고 넌지시 여쭈었다. “아버지, 두렵지 않으세요?”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말아라. 난 천국 간다.” 아버지는 내가 궁금히 여기는 것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주셨다. 그렇다. 이제 아버님을 보내드릴 준비가 다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