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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빗자루를 다시 들자!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며칠 전 새벽, 서울의 한 종합병원. 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환자가 갑자기 숨이 차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난감했다. 담당할 흉부외과 당직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다른 과(科)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 말이 어이없다.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여덟 명 있어야 하는데 올해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서 야간에는 병실을 돌보지 못합니다.” 병원에 의사가 없어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단다. 중소병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대형 병원까지 외과 수술이나 기초진료를 담당할 의사를 못 구해 난리란다. 의대생들이 갈수록 수술, 기초진료 관련 과목의 지원을 기피하는 데다 의약분업 이후 기존 병원 의사들은 속속 개업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어떤 병원은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의사 대신 수술보조 전문간호사를 채용해 빈 공간을 메우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고 돈 덜되는 과는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대신 소위 돈 되는 과를 중심으로 개업이 줄을 잇고 있다고. 심지어 인기 없는 과에 종사하던 의사들 중에는 개업을 해서 감기환자를 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보험수가를 차등조정하자는 둥, 해당 과의 레지던트에게 병역특례를 주자는 둥,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하자는 둥 얘기가 많단다. 돈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돈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사람 같지 않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 특히 의사의 경우는 더 그렇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돈에 따라 움직이면 그 사회는 반드시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의료계와 종교계는 사회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생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소명의식이나 천직의식을 버릴 권리를 그들은 부여받지 않았다.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하나님이 이 일을 나에게 맡기셨다’는 생각이 있든지, 아니면 적어도 ‘이 일은 나의 천직이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법이나 제도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인지도 한다지 않는가. 지키고 있어야 할 자리,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아름답다. 인간은 그 자리를 이탈하면 잔인하고 추한 존재가 되고 만다. 가정의 자리가 힘들다고 떠나는 아버지가 얼마나 잔인한가. 주부의 자리가 돈 되지 않는다고 떠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추한가. 엄동설한이 견디기 어렵다고 초병이 그 자리를 떠나면 안전은 없다. 공부가 힘들다고 학생이 그 자리를 떠나면 미래는 없다.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재능에 따라 받은 자리를 천직으로 여기고 사는 것,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질서요, 법이다. 세익스피어의 일화다. 하루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려고 갔다. 그의 명성 때문에 그가 식당 문 앞에 오자 손님들이 다 일어서서 그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순간 현관청소를 하던 한 청년이 들고 있던 빗자루를 휙 던지며 탄식했다. 이 모습을 본 세익스피어가 길을 멈추고 탄식하고 있는 청년에게 다가가 그 이유를 물었다. 이때 청년이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생각할수록 원통하고 한심합니다. 선생님이나 저나 같은 남자로 태어났는데, 선생님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저는 선생님이 지나간 발자국이나 쓸어야 하니 저의 신세가 뭡니까?” 이 말을 들은 세익스피어는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런 위로의 말을 하였다. “여보게, 자네는 결코 내가 지나간 발자국을 쓸고 있지 않네. 자네는 빗자루로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주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어. 나도 팬을 들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우주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을 뿐이야. 자네나 나나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똑같은 직업일세” 너무 고상한 얘기로 들리는가? 빗자루를 다시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