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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못생긴 고구마를 먹으며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아내가 고구마를 한 상자 사왔다. 내가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남편을 생각해서 아예 상자 채로 샀구나’ 싶어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잠시 후 아내는 고구마를 삶아 가지고 와서 껍질을 벗겨주며 말했다. “골목에서 아저씨가 차로 싣고 와서 파는데, 싼 맛에 샀어요. 한 상자에 만원이래요, 글쎄.” 기분은 좀 가셨지만, 물정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잘 샀다 싶었다. 덕분에 요즘 난 좋아하는 고구마를 간식 삼아 먹고 있다. 그런데 삶는 회수가 늘어나면서 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고구마가 차츰 못 생겨 가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대로 동글동글했는데, 갈수록 몰골이 이상해진다. 크기도 들쭉날쭉하고, 어떤 것은 가운데가 푹 패였고, 어떤 것은 상처가 나 있고, 어떤 것은 아예 썩었다. 싼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영 괘씸했다. 위에는 잘 생긴 놈들로 위장을 하고, 속에는 못생긴 것들을 넣어 싸게 파는 것처럼 속인 그 심보가. 못생긴 것은 고구마뿐이 아니었다. 외국의 어떤 사회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 사람은 대단히 우수합니다. 그 우수성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일등국가가 될 모든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정직한 것만 빼고 말입니다.” 나라걱정 할 때마다 흔히 정치인이나 기업하는 사람들을 꼬집기를 좋아하지만, 어디 그들 뿐인가? 골목에서까지 이 모양이다. 하기야, 요즘 기독교 교계에서는 목사들의 ‘남의 설교 베끼기’가 큰 이슈가 되는 실정이니, 남의 말 할 형편이 아니다. 얼마 전 정치불신을 외치며 한 30대가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3백70여 만원을 시청 광장 쪽으로 뿌렸다. 그러자 돈을 줍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 때문에 광장 일대는 한 시간 동안 대혼란을 빚었단다. 이 날 경찰이 수거한 돈은 8만원. 나머지는 행인들이 다 주워갔다. 1977년 미국 필라델피아 한 은행의 현찰수송 차량의 뒷문이 고장나 열렸다. 지폐를 담은 부대가 터져 25만 달러 가량이 쏟아져 나와 흩어졌는데, 회수율은 97%였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심, 신성한 본능이여! 하늘의 소리요, 지성과 자유의 안내자요, 선악에 대한 심판자여, 그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때는 누구나 짐승일 따름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정직한 사람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모 신문에 난 기사내용이다. 최근 모 백화점 사장 앞으로 천 원 짜리 지폐 한 장이 동봉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발신인은 모 공고 2학년에 재학중인 홍 모군. 홍군은 편지에서 중학시절 누나와 함께 이 백화점에 왔다가 누나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요구르트 하나를 몰래 마시고 돈을 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홍군의 양심을 깨운 것은 고교 국사선생님. 그는 수업시간에 부실기업 이야기를 하다가 “너희들 중 전철과 버스를 무임승차하지 않은 사람은 손들라”고 했다. 아무도 손들지 않자 “너희들도 도둑이다. 이러한 너희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올바로 생활할 수 있겠느냐? 세상을 탓하기 전에 그 동안 저지른 잘못을 먼저 사죄하는 편지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홍군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때 일이 생각나 사죄의 편지를 보낸다면서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사장님, 여기 요구르트 값 500원과 저의 양심을 판 값 500원을 더해 보내드립니다.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란 사람을 참 좋아한다. 그 인물됨이 워낙 뛰어나서 좋아하는 이유도 많지만, 나는 그의 마음이 늘 부럽다. 그는 하나님께 늘 기도하기를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라고 했다. 하나님은 그를 즐겨 쓰셨다. 그 이유를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