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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수팽 어머니의 돈 지혜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대박을 터뜨린 영화 ‘집으로…’의 스타 김을분 할머니가 17세 때 시집와서 60평생을 살아온 정든 집을 떠나야 할 형편이란다.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벼락부자’ 대하듯 하는 이웃의 등쌀도 힘들고, 지난번 ‘시골소녀 영자의 비극’을 연상케 하는 괴한들도 자꾸 나타나 두려워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할머니의 손녀는, 온 가족이 이 결정을 하면서 펑펑 울었다면서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옛날을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김 할머니의 사연은 세속적 가치에 사로잡힌 이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돈에 눈 먼 사람들의 등쌀에 순박한 할머니의 가슴이 멍들고, 돈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게 만드는 사회, 그래서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옛날을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사회, 이것이 우리들 세상이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를 외치는 CF가 대박을 터뜨리는 사회, 철딱서니 없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정상이 아니다. 물론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경쟁하고 속이고 죽이면서 벌어야 할 정도로 많이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는 언제쯤이나 “인간의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존재에 있다”고 외친 에릭 프롬의 말을 곰씹으며 자기 존재의 가치에 관심을 돌리게 될지, 정말 속상하다. 돈과 인간은 마치 배와 물의 관계와 같다. 물 없는 배가 무용지물이지만, 물이 배 안에 들어오면 배는 침몰하고 만다. 우리에게 물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내면을 채우면 그 사람은 파선하는 배와 같아서 희망이 없다. 그래서 성경은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재물을 섬기든지 하나님을 섬기든지 하라”며 신앙적 차원의 결단을 요청할 정도다. 정말 돈은 종교인지도 모르겠다. 이 놈의 돈 때문에 그토록 고생했으면, 이제 돈에 대한 지혜에도 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탈무드 얘기다. 제자들이 랍비에게 물었다. “부자와 현자는 어느 쪽이 위대합니까?” “그거야 현자이지.” 제자들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부잣집엔 학자도 현자도 많이 드나드는데 어째서 현자의 집엔 부자들이 드나들지 않나요?” 랍비가 대답했다. “현자는 돈도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부자는 돈만 알았지 지혜도 배워야만 됨을 모르기 때문이야.” 여기 한 여인의 지혜를 배워보자. 조선시대 김수팽이란 아주 충직하고 청백한 관리가 있었단다. 세 살 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홀로 된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겨우 수팽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마루의 기둥을 고치려고 기둥 밑을 파내다가 그 속에 항아리 하나가 묻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파내어 보니 그 속에 돈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집에 살던 옛 사람이 난리에 피난을 가면서 숨겨둔 것 같았다. 항아리를 보자 어머니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 많은 돈이면 집도 사고, 수팽이 좋은 옷 입혀 배불리 먹이며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돈 항아리를 그 자리에 묻어 두고는 얼마 후에 그 집에서 이사했다. 수팽이가 자라서 처음으로 벼슬자리에 나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비로소 돈 항아리 이야기를 아들에게 하였다. “사실은 그때 그 돈이 있었다면 우리는 아주 편하게 살 수 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너를 위하여 그 항아리에 손을 대지 않았단다. 그 돈 때문에 한 때는 부자로 편하게 잘 살았을는지 모르나 사리에 닿지 않는 돈, 요행으로 얻은 돈이 우리에게 그 무슨 복을 가져왔겠느냐?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이 요행이나 바라고 자기 할 일도 하지 않으며, 게으름뱅이가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란다.” 어머니 때문에 수팽은 그 당시 둘도 없는 충직하고 청렴한 관리로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