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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지난주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애가 친구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며 너무 좋아했다. ‘생일잔치 가는 게 뭐 저렇게 좋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흥얼거리며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에게 생일잔치 만한 이벤트도 없구나’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한참 후에 돌아온 딸애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생일잔치 어땠어?” 아내가 물었다. “아유 말도 마세요. 난 영 딴 나라 아이예요.” 이 뜻밖의 대답에 대한 이유는 대충 이렇다. 생일잔치를 끝낸 아이들은 노래방으로 2차(?)를 갔단다. 고작 서너 차례 가족과 함께 했던 경험이 전부인 딸애는 여간 흥분되지가 않더란다. 한 번 한을 풀어보리라 생각하고 들어간 딸애는, 그러나 자신이 영 딴 나라 아이가 아닌가 의심스럽더란다. 죄다 어른들의 유행가만을 부르는데, 동요나 기껏해야 만화주제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딸애는 명함도 못 내민 것이다. 자리만 지키다가 왔단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유괴범이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 아니다. 당나귀로 만들려고 이상한 도시로 아이들을 데려갔다는 피노키오 이야기도 아니다. 동심 속에서 환상과 꿈을 먹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서글픈 얘기다. 동요를 부르지 않는 아이들, 동화를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몸만 아이지 생각은 어른 뺨치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다. 언젠가 기차여행을 하는데 객실에서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가 보았다. 네 살이나 되었을 법한 여자아이가 “난 오늘밤 어둠이 무서워요”하면서 눈빛을 요염하게 흘리면서 몸을 꼬고 있었다. 한 여가수를 흉내내면서 말이다. 신동을 바라보듯 뿌듯해 하는 부모와, ‘앙코르’를 외치며 박수를 치는 어른들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놈의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참 문제다. 메로위츠라는 미디어 학자는 텔레비전이 등장한 이후에 사라진 것 가운데 하나는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라고 주장했다. 닐 포스트만이라는 텔레비전 비평가는 어린아이들이 “어른 세계에 관한 정보의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그들의 낙원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어른의 세계를 경험한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래 어린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었다. 그들만이 부르던 노래도 있었고, 그들만이 즐기던 놀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의 영토는 어른들에게 점령당했다. 그들만의 세계, 그 마음의 거처를 잃은 것이다. 그 대가로 배운 어른스러움(?) 때문에 아이들은 꿈과 환상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더 이상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지 않는다. 나뭇꾼과 선녀가 만나는 일도 없고, 월계수 나무 아래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일도 없다. 그저 어른들이 꾸며낸 거짓말일 뿐이다. 원래 그들은 천사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천사가 아니다. 동심이라는 날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들이 날개 달린 천사였다는 것도, 그들만의 낙원에서 추방당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고 있다. 오직 돈 많이 벌어서 출세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영악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애어른이 되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날개를 반납하고 낙원을 걸어 나와 버린 것이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한 아이를 품에 안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린아이가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은 이런 자의 것이니라.” 깊이 묵상해 볼 말씀이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없으면 천국도 없다는 것이다. 아! 제발, 어린아이들을 자꾸 어른들의 세계로 끌어들이지 말라. 아이들의 세상에서 그냥 놀게 하라. 어른들의 세계에는 천국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여, 당신들이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라! 거기에 천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