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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히딩크, 그 리더십의 토양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축구국가대표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히딩크라는 한 이방인 감독의 놀라운 능력이 국민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다. 지금 한국축구의 영광은 순전히 그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리더십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 그럴까? 그의 리더십의 내용과 우리의 현실과의 깊은 관계 때문이다. 분명한 비전으로 인기나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추진력, 학연이나 지연을 불문한 능력위주의 공정한 선수선발, 시키는 대로만 하는 ‘마당쇠’보다 어떤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멀티 플레이어 육성, 최고가 되기까지 약자와의 승리보다 강팀과의 패배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팀 스피릿(team spirit)…. 다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들이다. 그렇다. 그의 리더십의 배경에는 바로 우리의 상황이 잠복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히딩크의 리더십에 경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리더십이 붕괴된 우리의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이것이 히딩크 신드롬의 실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리더십도 밭에 뿌려진 씨앗처럼 자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필요한 리더십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윈스턴 처칠의 “그 나라의 리더들의 수준은 꼭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다”라는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우리에게는 왜 저런 감독이 없는가?”라고 묻기 전에 “우리는 왜 저런 감독을 길러내지 못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약간의 문제만 있으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어제까지의 리더를 사정없이 끌어내리고, 경질하고, 매장시키는 우리를 반성해야 한다. 물론 책임은 철저하게 물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토양에서는 리더십의 거목은 자라지 못한다. 리더십도 실패와 도전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히딩크 때문에 요즘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진 감독이 있다. 박종환 감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히딩크가 한참 헤매고 있을 때 칼질을 했기 때문이다. 히딩크가 성공하자, 사람들은 그를 몰락시켰다. 이것이 우리의 서글픈 토양이다. 열매도 보기 전에 너무 빨리 칼질을 하고, 또 그랬다고 몰락시켜 버리는…. 박 감독의 리더십도 훌륭한 데 말이다. 고인이 된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리쿠오는 만년 하위 팀이던 세이부 라이언스를 인수, 명감독 네모도를 영입하였다. 감독은 막대한 투자로 우승의 꿈에 부푼 구단주에게 적어도 5년은 기다리라고 했다. 먼저 투타의 핵이 될 대형선수를 키우고,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해 이끌어갈 코칭스태프를 키우고, 이들과 조화되는 구단 프런트의 전문 인력을 조직해야 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팀을 정비한 결과 약속보다 1년 빠른 4년째 우승을 차지했는데, 네모도의 우승 소감이 걸작이다. “이번 우승은 운이다. 내년부터가 진짜 실력으로 따내는 우승이다.” 이후 지구 우승 13차례, 일본 시리즈 우승 8차례를 차지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단다.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는 고액 연봉 선수를 끌어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인재를 발굴해 토양을 갖추고 가지가 굵어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고액연봉의 히딩크에게 감동한다고 우리의 리더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농부의 심정을 가지고 봄철에는 좋은 씨를 가려 뿌리고, 여름에는 땀 흘리며 김을 매어 가꾸어주고, 가을까지 길게 기다려 추수하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이 가르쳐 주신 사람농사법이다. 이렇게 여러 번 농사를 지어가면서 큰 리더십의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신중히 고려해야 할 성경말씀이 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물론 합리적인 비판까지도 금하는 말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