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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장사가 없다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지난 정권에 이어서 이번 정권에서도 또 다시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었다. 몇 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대통령의 얼굴이 처음에는 보기도 싫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제는 정말 불쌍하고 안쓰럽게 보일 정도다. 왜 이렇게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들이 자꾸만 반복되는 것일까? 지난 기자회견에서 엄격한 감시 기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러나 이제라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는 선하고 아름다운 뜻을 품는다. 초심(初心)은 늘 순수하고 깨끗한 법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변질된다. 최근에 알게 된 한 교우는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봉사하는 분이었다. 그 일을 함께 돕는 합창단도 있었다. 3년을 한결같이 봉사를 하고 나니 정부에서 주는 표창까지 받았지만,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대가를 바라기 시작했다. 순수한 마음이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교우는 지금 합창단과 연락을 끊고 혼자서 여전히 봉사하고 있다. 가장 숭고한 봉사보다 어렵고 힘든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내게는 참으로 존경하는 선배 목회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분들을 오래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느끼는 것은 마지막까지 한결같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감동과 영향력을 끼치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그 존경스럽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하여 얻게 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장사(壯士)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스스로를 자신하거나 장담할 사람이 없다. 우리가 쉽게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욕할 수는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아니라, 곧 내 문제요, 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마음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감시 기구이든 견제 장치이든, 스스로를 제어해 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건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게으르면 지금이 아무리 좋아도 10년 뒤, 20년 뒤를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계에 잘 알려진 어느 교회는 참으로 쉽지 않은 개혁을 시도했다. 교회의 경우 당회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교회의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런데 그 교회는 당회가 재정을 집행하지 않도록 하고, 재정 집행에 대한 감사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당회가 재정도 집행하고 감사까지 담당하는 불투명한 구조가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종신제와 다름없던 장로의 임기도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목사 자신은 얼마든지 더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10년 당회장의 임기를 마치고 사임했다. 그의 결정은 많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신선한 도전과 충격이었다. 이러한 투명한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려면 그러므로 조금씩 양보하고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런 자세가 없다면 우리는 또 다른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새삼 사도 바울 선생님의 따가운 충고가 귓전을 울린다. “그런즉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전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