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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강자와 약자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한 자매가 다급하게 도움을 청했다. 접촉사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한밤중에 당한 급작스런 일에 놀란 이 자매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급히 현장에 달려가 보니 개인택시 기사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자매의 차를 직진하던 개인택시가 들이받아 일어난 가벼운 접촉사고였다. 문제는 분명히 좌회전 신호를 확인하고 갔다는 자매의 이야기와 직진신호였는데 갑자기 끼어 들었다는 기사의 주장이 팽팽한 점이었다. 분명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겁에 질려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자매에 비해, 운전기사는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기선을 잡고 있었다.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다짜고짜 어린것이 버르장머리가 없다면서 윽박질렀다. 할 수 없이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기사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별 방법이 없는 듯 순경도 망연자실했다. 처음부터 나는 그 기사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그의 한 마디가 이러한 직감에 확신을 주었다. “난 육십이 다 되도록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소.” 이보다 더한 거짓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결과는 큰 소리가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 되었다. 싸우기에 지쳐버린 자매의 양보로 대략 마무리하고 돌아선 것이다. 참 착잡한 밤이었다. 블란서의 정신의학자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가 쓴 ‘강자와 약자(The Strong & The Week)’라는 책이 있다. 여기서 그는 인간을 두 부류, 곧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 설명한다. 강자는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 때, 다른 사람을 자극하고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여 제압하는 사람이란다. 자신에게 나쁜 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자신의 약점이 감추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죄를 감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란다. 반면 약자는 이렇게 강자에 의해서 공격을 당할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약점을 쉽게 인정하고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이란다. 이러한 약자의 성향은 자신의 약점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늘 실패하거나 삶에 짓눌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단다. 투르니에의 이론을 보더라도, 사고를 내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은 자신의 죄가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조상들은 이 경우를 한 마디의 해학으로 일갈했다. ‘똥 뀐 놈이 화낸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간의 싸움은 대부분 큰 소리를 치는 강자의 승리로 끝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약자는 늘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서 눈물을 흘리며 살아간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현실에서 약자를 보호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약점이 전혀 없는 약자가 없는 이상, 양심을 포기한 강자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세상은 양심을 포기한 강자가 약점을 가진 약자를 공격하는 약육강식의 터전으로 추락한다. 그렇다. 양심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짓게 하는 내면의 법이다. 그래서 루소(J.J.Rousseau)는 양심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양심, 신성한 본능이여! 하늘의 소리요, 지성 있고 자유로운 한 존재의 확고한 안내자여, 선악에 대한 올바른 심판자여, 인간을 신과 닮게 하는 자여, 그대야말로 인간 본성의 우수성과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낳게 하는 자다. 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지 규율 없는 모성과 원리 없는 이성의 도움을 빌려서 잘못만을 저지르는 특권을 느낄 뿐이며, 그때 나는 한 마리의 동물일 따름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믿음과 착한 양심을 가지라. 어떤 이들이 이 양심을 버렸고 그 믿음에 관하여는 파선하였느니라.” 양심 없는 믿음 없고, 양심 없는 신앙 없다는 말이다. 강자의 큰 소리에 양심이 묻혀버리는 세상이 아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