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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약속, 하나님도 목숨건다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몹시 언짢은 일을 당했다. 대충 이런 얘기다. 책상을 살까해서 아내와 중고가구점엘 들렀다. 사용하던 내 책상이 너무 작고 불편해서 좀 큰 걸로 바꾸고 싶어서다. 우리는 중고 가구점에 들러서 책상 하나를 골랐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돈을 지불하자, 주인은 오후 7시까지 배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집에 온 우리는 아이들과 중요한 외출을 준비했다. 책상이 배달되는 시간을 고려해서 7시 30분에 나가기로. 아이들은 들뜬 기분으로 7시를 기다렸다. 그런데 7시가 넘어도 가구점에선 소식이 없었다.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7시 30분이 되어도 소식은 깜깜했다. 8시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늦는다는 전화 한 통 없었다.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전화를 했다. 주인은 금방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아이들을 타일렀다. 그러나 9시가 되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외출계획은 무산되었고 아이들은 울상이 되었다. 9시30분쯤 되었을까? 그제서야 배달부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미안하다는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책상을 들여다 놓고 휑하니 나가 버렸다. 몹시 불쾌한 저녁이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영화가 있다. 평범한 경찰관 랭은 식당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오다가 팁 줄 돈이 없자, “복권이 당첨되면 절반을 주겠다”고 여 종업원 이본느에게 약속한다. 그런데 정말로 40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된다. 그러자 랭은 주저하지 않고 절반인 200만 달러를 약속대로 여 종업원에게 준다. 그러면서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약속은 어디까지나 약속입니다(Promise is promise).” 우리 문화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 중의 하나가 약속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치인들만 문제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코리안 타임’이란 꼬리표를 일상용어로 붙이고 사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것을 결코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론이 지적한 것처럼 사람들은 그저 유리할 때에는 지키고, ‘약속은 빚’이라고 지적하는 탈무드의 경고 따위는 무시한다. 어릴 때 들었던 도산 선생님의 얘기가 그립다. 미국에서 독립 운동을 벌이시면서 선생님은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여러분은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특별히 서양인과 교제할 때는 Yes와 No를 분명히 하고, 약속한 것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지키십시오.” 그리고 당신 스스로 약속을 목숨처럼 지키셨단다. 1940년 4월 29일, 상해에서 체포된 날이다. 그날은 친지의 자녀 생일날이었는데, 선생님은 며칠 전 이 어린이와 약속하기를 “내가 네 생일에 좋은 선물을 사 가지고 오겠다”고 했단다. 계엄령이 심하여 출입하기가 어려운 때였다. 그러나 “어린아이와 약속한 날이니 아니 갈 수 없다”하여 선물을 가지고 어린아이를 방문했다가 체포되었다. 이 일에 대해서 선생님은 “조금도 유감이 없다”고 하였다 한다. 얼마 전에 안 일이다. 영국 은행에 있는 진귀한 고물 가운데 ‘재’가 있단다. 시카고 대화재 때 그 은행의 시카고 지점에 있던 지폐가 탄 재인데, 화재 후에 지폐가 탄 재를 조심스럽게 모아 온 것이라고. 놀라운 것은, 이 은행은 그 재를 화학적으로 실험해서 그때의 지폐량을 측정한 후 예금한 고객에게 돈을 지불하였단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경에 이런 얘기가 있다. 100살이 다 되도록 자식이 없던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자식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에 아브라함은 “그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하나님은 당시 근동에서 행해지던 약속의식을 거행하셨다. 아브라함에게 짐승을 쪼개서 서로 마주 대하여 놓도록 하셨다. 그리고 그 쪼개진 고기 사이를 하나님이 지나가셨다. 이것은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이 짐승처럼 쪼개질 것이라는 맹세의식이었다. 약속은 하나님도 목숨걸고 지키시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