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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부부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요즘 아침 등산을 하고 있다. 집에서 고작 한 시간도 안 되는 약수터지만, 건강에는 그만이다. 건강뿐이 아니다. 아침 산을 누리는 즐거움이 제법이다. 녹색 필터를 방금 빠져 나온 공기도 맛있고, 새들의 맑은 첫 노래도 즐겁고, 제철 만난 매미들의 수다도 정겹다. 무엇보다 아침 사람들이 좋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을 찾아 페트병에 약수 몇 모금 채우고 욕심 없이 내려오는 사람들, 그들이 뿌려 놓는 땀 냄새와 정담이 베어있는 오솔길이 참 좋다. 그들 틈에 내가 소개하려는 한 노부부가 계시다. 칠순의 고개를 넘는 듯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인데, 토끼 같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거북이처럼 오르시는 분들이다. 몸이 좀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와 그 손을 꼭 잡은 할아버지가 발을 맞추며 도란도란 오르신다. 궂은 날을 제외하곤 매일 그맘때면 어김없이 그쯤을 지나신다. 운동한답시고 숨가쁘게 오르다가도, 이분들이 보이면, 나는 교만한 앞지르기를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곱게 늙어가리라’고 다짐하곤 한다. 결혼한 두 쌍 가운데 한 쌍 꼴로 이혼하고, 다시 그 이혼한 두 쌍 가운데 한 쌍 꼴로 재혼하며, 다시 그 재혼한 두 쌍 가운데 한 쌍 꼴로 이혼하는 사회를 이분해체사회라 한다. 미국 사회가 바로 그 이분해체사회다. 그런데 우리 한국이 결혼한 세 쌍 가운데 한 쌍 꼴로 이혼하고 재혼하고 다시 이혼하는 삼분해체사회로 돌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해로하며 살겠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겠는가!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평생을 해로하는 것, 인생 중에 이것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을 게다. 여기에는 산술적인 계산으로 풀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지만, 그 선택을 위해서 포기한 모든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만족을 누리는 것, 이것이 사랑이요, 유일신교의 교리다. 이 가치를 깨닫고 누리는 자가 행복한 사람이다. 자동차 왕으로 알려진 헨리 포드 부부가 노년기에 들어서 그들의 금혼식 기념 축하연을 가졌을 때의 일이다. 이들은 잉꼬 부부로 소문났던 모양이다. 한 기자가 포드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결혼생활 50년을 잘 살아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포드는 간단하게 대답하였다. “그 비결은 내가 자동차를 만들 때 항상 기억했던 것과 똑같은 비결이네. 오직 한 모델만을 고집하는 것이지.” 이 가치를 아는 사람은 또한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지혜를 얻고 실천하기 마련이다. 리암 제임스 브리안이 초상화를 그리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때 화가가 그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왜 장발을 하셨죠?” 잠시 후 브리안은 이렇게 대답했다. “구혼 시절에 나의 신부감이었던 나의 아내는 귀가 튀어나온 것이 보기 싫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머리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다시 화가가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수년 전의 사건입니다. 이제는 머리를 짧게 깎아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을 듣고 브리안은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요. 우리는 요즘도 연애하는 젊은이들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사랑의 열매 역시 계속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래서 성경은 “남편은 그 아내에게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하였다. 교회 일이 바빠서 사나흘을 약수터에 오르지 못했는데, 오늘 산에 올라가 보니 노부부가 보이지 않았다. ‘장마 뒤라 미끄러워서 못 나오셨는가 보다’ 생각하면서도 별일이 없기를 기도했다. 오래오래 사시면서 젊은이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