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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외식(外飾)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수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을 접수하는 모 신문사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모 회사 사장 비서가 성금을 가지고 이 신문사를 찾아왔다. 성금을 기탁한 이 비서는 “이 성금을 내신 우리 사장님 사진을 신문에 실어 주십시오”하며 부탁하더란다. 신문사에서는 신문에 얼굴을 낼 수 있는 성금의 한도액을 말해주며 어렵다고 하자, “그러면 그 성금 돌려주십시오.”하며 되찾아 갔다는 것이다. 돈 많이 내면 얼굴을 실어주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기탁한 성금을 다시 가져갔다는 얘기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갑자기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었다. 아침에 운동장엘 들어서니 만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보기에 참 좋았다. 그런데 휘날리는 것은 만국기만이 아니었다. 본부석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꼬리표들이 성황당 천조각처럼 새끼줄에 휘날리고 있었다. 운동회 운영기금을 기탁한 학부모들의 이름과 액수를 적어 놓은 것이었다. 난 내 친구와 함께 각자 아버지의 이름을 찾기로 했다. 열심히 찾았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그런데 자기 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한 친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봐라 봐라 울 아버지는 만원이나 냈네. 너네 아버진 없는가보지?” 본부석의 어른들이 껄껄 웃으셨다. 난 도망치면서 아버지를 원망했다. 자기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다 있는 거지만, 또 그런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자기의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참 역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식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것을 정말 싫어하신다. 그래서 약간의 선행으로 체면을 챙기고, 생명력 없는 종교적 전통으로 자신들의 명예를 고집하는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을 가리켜 ‘회칠한 무덤’이라 일갈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셨다. “구제할 때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가 갚으시리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헌금과 예물을 드릴 때 잘 드러난다. 헌금봉투에 이름과 액수를 적도록 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주보(예배안내지)에 일일이 이름을 열거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교회에서는 목사가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축복기도라는 것을 해주기도 한다. 글쎄 하나님이 좋아하실 지 모르겠다. 내가 확신하건데, 하나님은 이 때 거명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계실 것이다. 중세 유럽 얘기다. 이 때의 사람들은 아기를 갓 낳으면 맨 먼저 교회에 안고 가서 세례를 받게 하였다. 이 때에 집례자는 부모에게 다음과 같이 서약하도록 했단다. “나는 이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물과, 불과, 말발굽과, 개 이빨로부터 보호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성년이 될 때까지 아이 앞에서 착하고 아름다운 일들, 즉 기도하는 일이나 찬송하는 일이나 남을 도와주는 것과 같은 일들을 30%정도 한다면 70%는 남이 모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례자는 부모에게 말하기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지라도 뿌린 씨는 성장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남의 상처를 싸매어 주며 사랑하면 그 사랑은 날아가는 천사가 되어 어느 땐가 당신들의 아이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이요”라고 축복했단다. 보상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땀을 흘리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선행을 쌓는 사람들에게 복이 있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간에 심판하시리라”는 성경의 말씀이 응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