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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그놈의 정(情) 때문에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우리 집 고양이 때문에 걱정이다. 설사가 심하고 먹는 족족 토하며 하루종일 구석에서 졸기만 한다. 기력이 없어서인지 소리가 쥐만도 못하다. 벌써 일주일째다. 고양이라도 키우게 해 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짬을 내서 멀리 시골 장까지 가서 사 왔는데, 병든 고양이를 가져왔나 보다. 죽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은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랐다. 막내 놈 아토피 때문에 안 된다고 해도 내내 생떼거리를 썼다. 그러다 얼마 전에 큰 형님 댁의 강아지 ‘파티’를 한 달 맡아주면서 분화구가 터지고 말았다. 파티가 큰집으로 가던 날 막내 놈은 통곡을 했다. 그놈의 정 때문에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아내가 조그만 토끼 한 마리를 들고 왔다. 길에 버려져 있더란다.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고 색이 하얗다고 ‘화이트’라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두 주를 넘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나는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을 토닥거리며 화이트를 공원 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위로차원(?)에서 3천 원 짜리 고양이를 사준 것이다. 그런데 영 신통치가 않다. 잘못되면 아이들의 충격이 클 것 같다. 그놈의 정 때문에 말이다. 정이란 무엇일까? 사전에 보면,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이란다. ‘사물과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우호적인 감정’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면 될 것 같다. 사람이나 동물과 함께 지내면 정이 든다. 또 산과 바다와 지내도 정이 든다. 그래서 타향도 고향이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의 사랑도 이 정이란 반석 위에 지어진 집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인격적인 대상의 것이라면 정은 비인격적 대상까지도 다 포괄한다. 사람과 동물을 아우른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이것으로 서로 사랑하며 산다. 그래서 정은 사랑보다 더 원초적이다. 또 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바보의 감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그 순백함으로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을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10년 전쯤, 모 컴퓨터 회사는 TV 선전에 마스코트로 늘 백구 진돗개를 등장시켰다. 진돗개에 얽힌 얘기 때문이다. 진도(珍島)에서 개를 키우던 주인이 하루는 백구 한 마리를 대전 사람에게 팔았단다. 그러나 팔려간 백구는 주인을 잊지 못한다. 그놈의 정 때문에 말이다. 주인을 잊지 못하던 백구는 대전에서 진도까지 300Km를 6개월 동안 헤매어 찾아온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백구는 죽기 직전에 주인의 품에 안겼다는 얘기다. 정 때문에 알려진 소들도 있다. 조선조 후기 상주에 의우총(義牛塚)이 있었단다. 낙동면에 살던 권씨에겐 함께 지내던 소 한 마리가 있었다. 하루는 집 근처에서 밭일을 하고 있는 권씨에게 호랑이가 덤벼들었는데, 곁에서 풀을 뜯던 소가 달려들어 주인을 구하고 소는 죽었단다. 그놈의 정 때문에 말이다. 이 의로운 소를 기념하여 문수산 아래에다 의우비를 세웠다는 것이다. 또 ‘학산담수’라는 문집에는, 소를 기르던 노파가 죽어 30리 밖 개령 땅에 그 소를 팔았는데, 매일 울기를 멎지 않다가 출상 날에 30리 길을 달려와 주인의 상여를 뒤따랐다는 기록도 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얘기는 흔하다. 이런 얘기들이 회자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 때문이다. 소박한 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이 그립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도 이것 때문에 슬퍼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구약성경 이사야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하늘이여 들어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시면서 자식처럼 정이 들대로 들었는데, 인간은 인정머리 없이 하나님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프다!”고 하셨다. 우리 고양이가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놈의 정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