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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부드러움의 美學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모 아파트 골목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앞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의 트럭이 계속해서 경적을 울려댔다. 기다려주지 않는 태도에 마음이 언짢았으나 목사 체면에 싸울 수도 없고 해서 참고 있는데, 운전수가 오더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내가 이유를 묻자 “좌회전이 안 되는 곳에서 길을 막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길바닥의 좌회전 금지표시를 가리켰다. 순간 나의 잘못임을 알았다. 낯선 곳이라 바닥을 미쳐 못 본 것이었다. 사과했다. 그리고 “조그만 실수에 욕을 퍼붓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며 정중히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모욕적인 욕지거리뿐이었다. 너무나 불쾌했다. 그는 사라졌지만 마음에 박힌 날카로운 것들이 하루종일 나를 아프게 했다. 운전을 하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너무 거칠고 차갑다는 생각이 든다. 무섭다. 힘이 있어야 이기고 성공한다고들 한다. 그런 사람이 땅을 정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성경은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한다”고 가르친다. 무릎이라도 치고 싶다. 정말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부드러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를 보자. 맹수들이 천하를 차지할 것 같지만, 호랑이나 사자 같은 동물들은 자취를 감춘다. 번식이 안 되고 줄어들어 오히려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유순한 동물들은 여전히 땅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부드러움의 미학이 있다. 생명 없는 광물은 차고 딱딱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차갑고 굳은 것에는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에 생명력이 넘치는 법이다. 부드럽고 연한 가지가 푸른 잎을 틔우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으며 새들을 불러들인다. 껍질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 그 나무는 이미 죽어 가는 고목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두 방향으로 늙어간다. 점점 굳어지는 사람과 점점 부드러워지는 사람이다. 노자는 이것을 도(道)로 승화시킨 사람이다. 그의 스승은 상창이었다. 스승이 늙어서 죽게 되었을 때, 노자는 “사부님, 세상을 뜨시기 전에 제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상창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딱 벌리고는 “내 이빨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습니다.” 그러자 다시 “내 혀는 있느냐?”고 물었다. 노자가 “예 있습니다”라고 하자, 상창은 “자, 이제 알았느냐?”라고 했다. 노자는 “사부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큰절을 드리고는 물러 나왔다. 사람들이 하도 이상해서 노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알겠단 말인가?” 노자가 대답했다. “치폐설존(齒閉舌存), 강한 치아는 결국 없어지나 부드러운 혀는 살아남는다는 것 말일세.” 그후 노자는 “단단한 것은 죽음이요, 온유한 것은 생명이라”고 설파했단다. 요즘에는 굳어져서 죽어 가는 병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간경화이니 동맥경화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경화(硬化), 부드러움을 잃어버리는 병이다. 몸이 부드러움을 잃어버리면 치명적인 모양이다. 그러나 어디 육체뿐이랴?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굳어지면 더 무섭고 위험하다. 정신적인 수명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여사가 한 동물원 원장을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동물원 원장은 각 동물들의 특성과 수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강연 후 질문시간에 여사가 “동물이나 생물 중 어느 것이 빨리 죽나요?”하고 물었다. 원장이 대답했다. “호전적이고 성질이 급한 놈, 덩치가 큰놈들은 빨리 죽고 온유한 놈들은 오래 삽니다. 또 곤충 가운데서도 투구벌레처럼 등딱지가 딱딱한 놈들이 빨리 죽습니다.” 세파가 거칠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거칠고 딱딱해져간다.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에게서 ‘부드러움의 미학’을 배우려고 애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