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흐림동두천 22.3℃
  • 구름많음강릉 21.6℃
  • 맑음서울 22.5℃
  • 구름많음대전 22.1℃
  • 구름많음대구 25.0℃
  • 흐림울산 23.1℃
  • 흐림광주 23.2℃
  • 부산 21.9℃
  • 구름많음고창 23.1℃
  • 제주 25.3℃
  • 구름조금강화 21.6℃
  • 구름많음보은 21.5℃
  • 구름많음금산 22.7℃
  • 구름많음강진군 23.3℃
  • 흐림경주시 24.3℃
  • 구름많음거제 22.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
민족을 생각하는 눈물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뉴스에서 평양특별공연 소식을 들었다. 남쪽 연예인들이 북녘 동포들을 크게 감동시킨 모양이다. 특히 이날 뉴스의 화제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높은 윤도현씨의 눈물에 관한 소식이었다. 윤씨는 이날 공연 중에 울먹이며 노래했는데, 이 눈물은 이례적으로 북한 TV로 생방송되어 북녘 동포들의 가슴을 울렸단다. 울먹이며 아리랑을 부르는 윤씨를 보면서, 나도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무엇을 느꼈다. 김현승 씨의 ‘눈물’이라는 시에 “흠도 티도 없는 가장 귀한 것으로 님이 바치라 하오면 나의 눈물을 드리리이다”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그저 상상이지만, 윤씨는 사랑하는 동포들에게 노래로 다 줄 수 없는 ‘가장 귀한 것’을 눈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눈물로 전해주는 그 귀한 것에 감동한 것이다. 눈물은 눈의 누선에서 나오는 일종의 분비액에 불과하다. 그러나 눈물을 어찌 이렇게 설명하고 끝낼 수 있으랴.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두 가지 액체가 있다. 땀과 눈물이 그것이다. 땀은 노력의 표상이요, 인간 성실의 증거이다. 더 귀한 것은 눈물이다. 눈물은 양심의 결정이요, 진실의 외면이다. 내면의 진실이 밖으로 나오면 눈물이 된다. 또 눈물은 사랑의 발로이다. 가슴속에 사랑이 마르면 눈물도 마른다. 또한 눈물은 완전한 대화이다. 울면 다 통한다. 눈물은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감추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실례로 옛 선비의 지신12장 중에는 아내가 죽으면 울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있다. 관련된 얘긴데, 명종 때 영남 명유(名儒) 정구의 문하생 중 한 사람이 상처(喪妻)를 했다. 가난하게 살다가 죽은 아내가 가엾어 눈물을 흘렸는데, 그만 동료들에게 들켜 버렸다. 이 때 이 선비는 지신12장을 깨뜨렸다는 두려움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통사정하여 거짓으로 죽게 하여 장례를 치르고 이사를 갔단다. 대단한 위선이다. 제자 안연(顔淵)이 죽었을 때 통곡하셨던 공자 선생님이 알았더라면 뭐라 하셨을까?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웃으셨다는 기록은 없다. 고통스런 인생을 보며 웃을 겨를이 없으셨던가 보다. 우셨다는 기록만 세 번 나온다. 그 한 번은 고아로 태어나 고생만 하다가 죽은 불쌍한 나사로 앞에서 말없이 흘리신 눈물이고, 두 번째는 고통의 십자가를 앞두고 밤새워 기도하시면서 흘리신 눈물이다. 예수님의 세 번째 눈물은 나라와 민족 때문에 흘리신 눈물이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조국 예루살렘이 죄 때문에 멸망할 것을 예언하시면서 우셨다. 성경은 이 눈물을 “통곡하셨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고 하셨다. 민족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젊은이, 윤씨에게서 이 나라의 희망을 본다. 그리고 남북으로 갈리고, 동서로 벌어진 이 민족을 하나로 묶어낼 ‘눈물의 지도자’를 기대해 본다. 링컨 같은 사람 말이다. 남북전쟁 중 남부군이 항복하려고 할 때 링컨은 개선입성을 거절하고 남부파의 중심인물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Jefferson Davis)의 집을 찾았다. 집으로 들어간 후 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한 사관이 안을 들여가 보았다. 그때 링컨은 그 큰 몸을 구부린 채 심하게 떨며 울고 있었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남북의 60만 명의 젊은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울고 있었던 것이다. 링컨의 이 인격 안에서 남과 북은 하나의 나라로 결합되었다.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사생활을 얘기하며 울었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 때문에 우는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다. 이제 이 민족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그가 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요, 갈라진 민족을 하나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