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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조요경(照妖鏡)이 필요하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아내가 외출하면서 막내둥이를 맡겼다. 늦둥이와 노는 재미를 아는지 모르겠다. 한나절이 금방이다. 그러나 어찌 엄마만 하겠는가. 결국 이놈이 엄마를 찾으며 울어댔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싶어서, 과자를 사준다며 사태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넌지시 물었다. “준하야, 엄마가 그렇게 좋아?" 그러자 “응 엄마가 제일 좋아." 애하고 놀면 애가 되는가 보다. 좀 서운한 맘이 들었다.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말았다. “그럼 아빠는 안 좋아? 엄마만 좋아?"하고. 그러자 이놈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아니 아빠도 좋아"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맘에도 없는 말을 둘러대는 기술이 제법이었다. 내친김에 한 발짝 더 나갔다. “그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러자 얼른 “음 아빠가 좋아"했다. “정말?" “응 정말 아빠가 더 좋아." 세계적인 심리학자 기너트 박사는 그의 저서 ‘부모의 자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들은 때때로 진실을 말하면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즉 진실을 말하면 꾸중을 듣고 반대로 거짓말을 하면 귀여움을 받는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을 때 거짓말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런 거짓말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기술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사람을 지혜롭다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변장술에 불과하다. 그리고 때때로 이 기술은 진짜보다 더 그럴싸한 가짜를 만든다.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이 하루는 여행을 떠났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날 때, 마침 그곳에서는 ‘채플린 흉내내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모두들 진짜 채플린처럼 분장을 하고서 채플린 특유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내고 있었다. 채플린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는 자기 신분을 속이고 대회에 출전했다. 재미있게도, 심사 결과 진짜 채플린은 겨우 3등을 차지했다. 진짜 채플린보다 더 실감나게 연기를 한 가짜 채플린이 두 사람이나 더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오늘 우리에게도 교훈을 준다. 우리 주위엔 이런 변장술에 능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별히 우리의 지도자로 나서는 사람들 중에 이런 기술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달콤한 말과 처신으로 위장하는 사람들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매한 백성들은 그들의 실감나는 연기에 그만 속아넘어간다. 그리고 비극을 불러들인다. 이 비극의 주인공이 ‘리어왕"이다. 그에겐 세 딸이 있었다. 그 중 두 딸은 변장술에 능했다. 그들은 리어왕에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해요"하며 달콤하게 속삭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다. 그러나 막내딸 코딜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버지의 딸 된 도리를 따라 사랑할 뿐이지 그보다 더 사랑하지도 적게 사랑하지도 않아요. 만약 제가 결혼하면 저의 주인이 될 그분은 저의 사랑과 걱정, 저의 책임의 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결국 코딜리아는 쫓겨나게 된다. 그러나 아첨하는 혀를 좋아하던 리어왕은 두 딸에게 버림받아 미쳐버렸고, 그를 구하러 왔던 착한 딸 코딜리아마저 잃고 만다. 성경은 거짓 지도자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경고한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그래서 나는 ‘조요경"이라도 사고 싶다. 서유기 이야기인데, 둔갑의 명수였던 손오공이 워낙 말썽을 부리자 옥황상제가 군대를 파견하여 잡아들이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손오공의 둔갑술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제가 군사들에게 건네준 것이 ‘조요경(照妖鏡)"이었다. 조요경은 손오공이 아무리 변신을 해도 그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었다. 변장술에 능한 지도자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겐 이 거울이 필요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놈의 재롱을 말거리 삼아 이런 식으로 마감을 하려니 영 뒷맛이 좋지 않다. 이제 쓸데없는 기술을 키워주는 질문은 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