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월)

  • 흐림동두천 22.3℃
  • 구름많음강릉 21.6℃
  • 맑음서울 22.5℃
  • 구름많음대전 22.1℃
  • 구름많음대구 25.0℃
  • 흐림울산 23.1℃
  • 흐림광주 23.2℃
  • 부산 21.9℃
  • 구름많음고창 23.1℃
  • 제주 25.3℃
  • 구름조금강화 21.6℃
  • 구름많음보은 21.5℃
  • 구름많음금산 22.7℃
  • 구름많음강진군 23.3℃
  • 흐림경주시 24.3℃
  • 구름많음거제 22.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
두려움, 영혼의 떨리는 고백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자헌아, 너는 무엇이 제일 걱정되고 두렵니?” 둘째와 놀다가 무심결에 물었다. “예, 죽는 거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아홉 살 밖에 안 된 내 아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며 산다는 사실에 나는 당황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야 임마, 너 예수님 믿잖아. 죽으면 천국 가는 데 뭐가 두렵다는 거야?” 그러자 이놈의 대답이 가관이다. “제가 죽으면 제 자식들이 힘들게 살아야 하잖아요.” 꿀밤을 한 대 먹이며 말했다. “걱정도 팔자다 이놈아!” ‘걱정도 팔자’라는 말을 곱씹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인간은 운명처럼 두려움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 인도설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마술사가 쥐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쥐가 두려워 떨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고양이 때문이었다. 마술사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술로 쥐를 변하게 해서 고양이가 되게 하였다. 그런데 변신한 고양이는 또 두려워했다. 이번에는 개 때문이었다. 마술사는 이번에는 개가 되게 하였다. 그런데 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호랑이를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호랑이로 변신시켜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총을 가지고 오는 사냥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술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선언한다. “그렇다.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너는 두려움에서 떠날 수 없다. 다시 쥐가 되거라.” 인간의 두려움을 연구한 휴 미실딘 박사는 인간의 두려움은 ‘영아기의 3가지 기초적인 두려움’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이 기초적인 두려움의 첫 번째는 떨어지는 두려움(Fear of falling)이고, 두 번째는 큰 소리에 대한 두려움(Fear of loud noise)이며, 세 번째는 버려지는 두려움(Fear of being abandoned)이다. ‘떨어지는 두려움’은 성인이 되어가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뜻하지 않은 사고·사건에 대한 두려움 등이 되고, ‘큰 소리에 대한 두려움’은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나 폭력 혹은 침범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이어진단다. ‘버려지는 두려움’은 인간 최대의 내적 두려움인데, 고독과 불안이 주는 두려움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죽음의 두려움 등으로 자리잡는단다. 결국 두려움은 선천적으로 주어져서 후천적인 삶을 지배한다는 말이다. 두려움이란, 우리의 영혼이 자신 혹은 자신과 관계된 문제에 대한 해답이나 대안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쥐가 고양이 앞에서 떠는 것은 자신에게 별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말해서, 고양이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문제임을 자각하는 느낌이다. 결국 두려움이란 자신에 대한 감정이다. 무능하고 연약한 자신 때문에 영혼이 떠는 것이다. 이 두려움이 선천적으로 주어져서 주검이 될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나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영혼의 고백인 것이다. 우리의 영혼은 평생토록 우리 자신의 정신을 향해서 고백하고 타이르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문제를 풀 수 없소. 당신은 당신을 보호할 수 없소. 당신을 믿지 마시오. 당신은 당신을 구원할 수 없소.’ 성경 시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희는 힘있는 고관을 의지하지 말며, 구원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의지하지 말아라. 사람은 숨 한 번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니, 그가 세운 모든 계획이 바로 그 날로 다 사라지고 만다.”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말이 아니다. 사람의 한계를 인정하고 마땅히 의지할 자를 찾으라는 말씀이다. 오늘도 우리의 영혼은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이 떨리는 고백은 우리가 인생의 해답과 대안을 찾기까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