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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좋은 선수는 반응 보인다
<이정우 담임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며칠 전 한 장애인 여성 마라토너의 눈물겨운 레이스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름이 말라 러넌이라 하던가. 이 여성은 퇴행성 망막장애를 무릅쓰고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코스를 완주했을 뿐 아니라, 매우 좋은 기록으로 5위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탄 보조자가 “앞에 코너가 나옵니다” “옆에 물통이 있군요”라고 일일이 안내해 주어야만 하는 형편인데도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그녀에게 사람들은 감탄과 존경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케냐 선수가 1,2,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아니라 최근 아테네와 뉴욕에서 벌어진 대회에서도 케냐선수들이 모두 돌풍을 일으킨 모양이다. 이처럼 케냐선수들이 전통적으로 마라톤에 강한 이유는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관계가 깊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살아온 케냐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고 심폐기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달리기가 교통 및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이 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케냐 마라톤 돌풍의 주역들은 그 나라가 가지는 지리적, 사회적 약점들 때문에 오히려 더 강인한 철각들로 단련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말라 러넌이 시각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의지가 투철한 훌륭한 여성 마라토너로 우뚝 선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감동이 되고, 어떤 신선한 자극과 도전을 주는 것은 대부분 이런 내용들이다. 쉽고 평범하게 얻어지는 것 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별로 없다. 뭔가 힘이 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 바로 그런 과정을 통과해서 얻어지는 무엇이야말로 늘 우리에게 새삼스런 감동이 있고, 소중한 가치로 남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 앞에 닥치는 어떤 난관과 장애물은 우리가 낙심하고 좌절해야 할 이유가 결코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히딩크가 돌아가기 전에 인터뷰를 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히딩크가 어떻게 안정환 선수를 훈련시켰느냐는 것이었다. 히딩크가 보기에 안정환 선수는 월드컵 스타들과 겨룰만한 재목이 아직 아니었다. 그럼에도 감독이 보기에 그는 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만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히딩크는 그를 약 올렸다.“이탈리아에서 누가 너를 아느냐? 아마 페루자 사람들이나 네가 벤치를 지키고 있는 것을 알지 모르지...” 그런데 이런 감독의 말을 듣고 안정환 선수는 기분 나빠하거나, 노여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더욱 열심히 자기 자신을 가꾸기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때로 이런 식으로 동기를 부여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선수는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분발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는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는 안정환과 이천수 선수의 경우 이렇게 다루어서 크게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은 결국 23명의 최종 엔트리에 들 수 없었다. 우리의 인생 앞에는 늘 수많은 도전과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인생의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와 약점들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선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