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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 지구촌 기행>
바라나시의 인도인

가까이 밀려오자 그것이 화장을 않고 강물에 버려진 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 하나 동요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밤새 뒤척이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5시가 되었습니다. 전날 고용한 택시운전사가 오히려 늦장을 부리며 나타나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의 나이보다 더 먹었을 것 같은, 불안하기만 했던 그의 자동차가 나의 기대를 어긋나지 않게 보답하듯, 새벽에 말썽을 피웠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라지에터의 뚜껑도 없이 다니는 것만 해도 기특하지만 ...... 길거리에는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자고 있으며, 인적이 드문 새벽길에는 잠도 없는 소들만 활보하고 있습니다. 강가로 이르는 고둘리아(GOUDAULIA)의 골목길에 이르자 순례객들과 강가로 목욕하러 나가는 시민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리드미칼하게 들리는 탁! 탁! 소리가 점점 커오자 이윽고 갠지스강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강 건너편의 벌판에서 아침해가 솟구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를 가장 먼저 맞아 준 이 소리는 바로 빨래꾼이 강가의 돌판에 빨래를 둘러치는 소리였습니다. 보트에 몸을 싣고 갠지스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강가의 한 골목에서 화장을 위해 시신을 운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도에서 화장장면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지만 처음보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화장을 준비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강가에서 빨래하는 소리는 더욱 경쾌하게 들려오고 있는데 그 옆으로는 하수도관의 생활오수가 강물로 흘러 들어오고 있습니다. 옆에는 목욕을 하는 사람이 보이고...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강둑에서는 4명의 아이들이 벌거벗고 마주 앉아 볼일을 보고 있습니다. 애어른 할 것 없이 강변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볼일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강을 따라서는 가트(GHAT)라고 불리는 계단이 이어져 있는데 보통 목욕을 하는 곳은 목욕가트(BATHING GHAT)라 하고 시신화장을 위한 곳은 BURNING GHAT로 불립니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다사스와메드가트(DASASWAMETH GHAT)에 가까이 오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이 흰옷을 걸친 채로 물 속에서 합장을 하며 명상에 잠기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순간 이제까지 보아온 강가의 풍경과 또 다른 모습의 강가의 풍경이 나타납니다. 정말로 경건하고 엄숙한 그 옆으로는 강둑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고 비누칠을 하는 사람과, 물 속에서 물장구치며 수영하는 사람도 뒤섞여 있지만 서로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순간 제 친구 결혼식 때 신랑신부의 사진을 정면에서 멋있게 찍어주려고 주례목사님 뒤에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주례말씀까지 끊고 설교단상의 카펫트를 밟지 말라는 주의를 준 목사님이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지구촌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마 우리나라의 교회만큼 엄숙한 곳은 없을 겁니다. 한 중년의 남자가 연세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한 분을 모시고 몸을 씻겨 드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단순히 목욕하러 나온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인도의 힌두교들은 일생을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생을 마감하는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은 성수로서 받아들여집니다. 이들한테 생물학적 성수와 영적인 성수가 굳이 같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성수커녕 목욕물로도 부적당한 이 강물이 그들한테 성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신앙심만이 말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를 따라 나선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강물에 몸을 담그고 명상에 잠기면서 옆에서 물장구 치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 부러운 듯이 곁눈질하는 모습에서 얘들의 세상은 지역과 종교를 떠나서 지구촌공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해가 저 멀리 지평선에서 솟아오르자 강가의 인파는 늘어만 갑니다. 이른 아침 명상과 기도를 위해 나온 힌두교 순례객들은 줄어들고 아침목욕을 하러 나온 시민들은 점점 더 많이 눈에 뜨입니다. 강가에는 물론 탈의실은 없습니다. 여자들은 옷 입은 채로 그대로 물 속에 들어가는데 간혹 상반신을 벗은 여자들도 있습니다. 남자들도 옷을 입은 채 물 속에 몸을 담그기도 하지만 룽이라는 치마와 같은 옷을 펼치고 재빨리 일본 씨름선수처럼 훈도시 같은 삼각천을 가운데만 겨우 가리고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가트의 계단에 걸터앉아 목욕하는 사람들의 벌린 다리 사이로 뭔가가 보여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강가에는 보트를 타고 오르내리며 강가의 풍경을 구경나온 관광객들이 자기 앞을 지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