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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땅을 정복하고 다스려라”
<이정우 담임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요즘 막내 군것질 때문에 걱정이다. 아주 못된 습관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오늘도 나와 놀면서 초콜릿을 사달라고 법석을 떨었다.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두 번이나 슈퍼에 다녀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옆집이 슈퍼이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면 슈퍼 앞을 지나야 하는데, 오가다 보니 이놈에겐 제집같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하루라도 안가면 좀이 쑤시는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도 실감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지혜가 뛰어나고 구변이 대단했다던 제나라의 안영(晏拏)이라는 사람 이야기다. 한 번은 초 나라 영왕이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고 초청하였다. 마침 뜰 앞으로 포졸들이 죄인을 끌고 가고 있었다. 왕은 포졸을 불러 세우고 “여봐라!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며 무슨 죄를 지었느냐?”하고 물었다. 포졸은 “제나라 사람으로 절도죄를 범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영왕은 안영을 바라보며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하고 물었다. 그러자 안영은 초연히 “강남쪽의 귤을 강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마는 것은 토질 때문이라지요.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초나라로 와서 이런 짓을 한 것을 보면 역시 초 나라의 풍토 때문인가 봅니다.”라고 했단다. 한 방 먹인 셈이다. 페르시아의 우화도 재미있다. 길을 가던 한 나그네가 점토 한 덩어리를 발견했다. 무엇인가 다른 분위기를 느낀 이 나그네가 점토를 주워드니 아주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나그네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 고상하고 그윽한 향기가 왜 나는 것이지.” 그러자 점토가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말이죠,아주 예쁘고 기품 있는 장미꽃과 함께 있답니다.” 다 환경이 사람의 인격과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를 교훈하는 얘기다. 환경의 중요성을 어찌 간과하랴. 그러나 이치를 다 환경에다 종속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은 예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라는 후추나무는 아름답지는 않으나 늘 깨끗함을 유지한단다. 그 비결은, 비록 주변에 먼지가 많을지라도 나뭇잎이 물질을 분비해서 때를 씻어내기 때문이란다. 이와 같이 사람도 내면에서 나오는 무엇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또 연꽃을 보면 참 좋다. 우아한 빛깔과 그 순백의 청초함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연못 밑을 보면 온통 진흙과 오물 투성이다. 이런 환경에서 순결한 꽃을 피울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자신의 몸 안에 생명의 씨앗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 생명은 줄기를 타고서 지저분한 물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내면에 고귀한 가치를 가진 사람은 환경을 극복한다. 원래 인간은 그렇게 환경을 넘어서도록 창조되어졌다.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으신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땅을 정복하고 다스려라.” 어떤 사람들은 이 말씀을 환경파괴의 원조발언쯤으로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이 말씀은 인간과 환경이 어떤 관계인지를 교훈하고 있다. 내적인 가치와 생명을 얻은 사람은 결코 환경 속에 묻히는 법이 없다. 그래서 영국의 칼라일(Th. Carlyle)은 “인간은 환경의 피조물이 아니라 환경의 건축가이다”라고 말했다. 환경으로부터 하나의 실존을 형성시키는 것은 그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화판을 주어도 어떤 사람은 불행으로 얼룩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행복을 수놓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되는 벽돌도 어떤 사람에게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환경 탓하지 말고 애 교육이나 잘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