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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강원도 양양 미천골 트레킹

<글 : 장정숙 / 트렉코리아 회원>

보름달 빛 받아 서설은 빛나고
낙엽을 긁어모아 불을 지피며 고등어자반을 구워먹는 맛이란! 미천골을 찾아가던 토요일(11일)은 보름을 하루 넘긴 때라 달빛이 아주 밝았습니다. 달이 밝으면 별빛이 없지요. 초겨울의 알싸한 밤하늘은 그저 둥근 달만이 빛날 뿐이었지만, 세상 모든 소망들을 켜놓은 듯 휘황했답니다. 오대산 언저리를 넘어갈 즈음엔 달빛이 유난히 밝다 했는데, 그래서 모두들 차에서 내렸는데, 그 흰 빛은 바로 서설이었답니다. 쌓여있는 것이 함박눈 이었나 봅니다. 두손안에 가득 쥐어보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고. 어릴 적 사내아이들은 달빛 밝은 겨울밤 쌓인 눈위로 오줌을 누었었는데요... 옛날얘기에나 나올 법한 꼬부랑길을 한없이 달려간 미천골은, 그래서 이태껏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었나 봅니다. 달빛아래 소나무 숲속엔 우리가 묵을 통나무집이 아담하니 서있었고, 삼겹살에 술잔을 나누며 오고가던 정담은 다시 마당의 화톳불로 이어졌습니다. 낙엽을 긁어모아 불을 지피며 고등어자반을 구워먹는 맛이란! 이문하님의 고갈비는 두고두고 이야깃꺼리였습니다. 백명현님의 휘감기며 꺾이는 트롯 메들리와 조인수님의 끝없는 유머에 우린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시골 큰집에서 군불을 때주던 그 쩔쩔한 열기가 우리 통나무집에서도 밤새 계속되었지요. 미천골 임도를 따라 불바라기 약수터를 찾아가는 길은 서두름이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아침밥을 짓고, 부대찌게를 끓이고, 김밥에 들어갈 계란부침을 만들고, 쌀집아저씨란 예명 값을 하느라 윤재석님은 쌀 한 포대를 마당 앞으로 흐르는 미천골(쌀을 씻은 물이란 뜻) 찬물에 씻어오고. 라면을 넣고 끓인 부대찌게의 맛은 서글서글한 오미정님과 똑 맞아떨어지는 시원함이 있었지요. 무릎이 아파 한달여를 쉰 저로서는 6시간을 걷는 미천골 트레킹이 조금 버겁기도 했습니다. 김현진님으로부터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몸풀기를 익힌 후 아직 포장되지 않은 임도를 걸었습니다. 처음엔 무릎에 신경이 씌였지만, 얼마간 걷다보니 통증이 없어지더이다. 일정한 보폭으로 꾸준히 앞서나가는 이성희님을 좇아 저도 부지런히 걸었지요. 불바라기 약수터는 임도를 2백미터쯤 벗어난 계곡속에 있었습니다. 붉은 바닥이란 말처럼 약수가 나오는 바위절벽은 온통 황토빛 철분이었지요. 유독 약수터에만 살얼음이 얼어있어 그 신비함이 더했습니다. 이런 심심계곡에 숨어있는 약수를 맨처음 발견한 이는 누구일까.... 붉은 철분이 둥둥 떠있는 이 약수를 맨 처음 먹을 줄 안 이는 또 누구일까.... 미천골 임도는 계곡 거의 꼭데기까지 이어져 있는데, 길만 보고 걷다가 고갤 들어 건너편 산자락을 쳐다보면, 온 천지가 시선 한가운데로 몰리는 어지럼증이 생긴답니다. 마치 카메라의 줌 현상처럼요. 굽이굽이 돌아가는 모퉁이에서 불러주던 유우근님의 ‘산노을’의 애잔함은, 이미 기울기 시작한 늦가을 햇살에 창백해져가는 단풍을 더없이 슬퍼보이게도 했습니다. 자연은 찾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세월지고 있었습니다. 달력의 날짜를 헤아리며 벌써 한달이나 못갔다고 조바침치던 제가, 언제나 그러려니, 하는 자연앞에서 참 작아졌습니다. 맛있는 바람을 먹고 오니 한결 가붓합니다. 무릎의 묵직한 통증도 그닥 거슬리지 않습니다. 다시 산이며 강을 찾아 나서려 합니다. 순간의 고통으로 숨어 있기엔, 성큼 다가온 겨울이 너무 아깝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오지여행, 테마여행 전문 여행클럽 ‘트렉코리아’에 문의하세요 전 화 / (02) 5400-840,655 홈페이지 / www.trek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