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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감사로 보내는 세밑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한해가 저물고 있다. 즐거웠던 일도 많았고, 힘들었던 일도 적지 않았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고, 힘들어서 한숨을 내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게 인생인가보다. 누가 한 해를 보내는 감회를 묻는다면, 그러나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다. 보살펴 주신 하나님도 감사하고, 잘 자라준 애들도 감사하고, 함께 고생한 동역자 내외도 감사하고, 사랑하며 지내 온 교우들도 정말 감사하다. 무엇보다, 아내에게 감사하고 싶다. 늘 그래왔지만, 지난 한 해에도 아내는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목사로 산다는 것, 이것은 내게 늘 어색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사람을 섬기는 일이 칠삭둥이 같은 내겐 여간 큰 짐이 아니다. 그래서 힘들어 할 때마다, 아내는 나를 일으켜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내가 만약 목회를 끝까지 해낸다면, 그것은 대부분 아내 덕이다. 루터도 비슷했나보다. 루터는 카톨릭의 부패와 우상화에 반대하여 종교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만만하지 않았다. 교황청의 강력한 도전과 위협을 받으면서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과연 나 같은 사람이 종교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는 깊은 좌절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상복을 차려입고 나타난 아내 카타리나를 보고 루터는 깜짝 놀랐다. “누가 죽었기에 상복을 입었소?” “하나님이 돌아가셨어요.” 루터는 어이가 없었다. “하나님이 어찌 돌아가실 수 있단 말이오. 그런 이상한 말이 어디 있소.” 루터는 꾸짖었다. 그러나 카타리나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만일 하나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요즘 당신은 왜 그렇게 절망 속에 살지요? 요즘 당신의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돌아가신 게 분명해요.” 루터는 용기를 얻어 마침내 종교개혁을 이루어 냈다. 요즘 들어 부쩍 아내가 이쁘고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부부간의 갈등이 일상화 된 세상에서, 내게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가. 성경에는 아내를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했다. 정말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이게 보통 복이 아니다. 한 사람이 간절히 기도했단다. 기도를 들은 하나님께서 물으셨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세 가지만 들어주마.” 이 사람은 아내가 퍽 싫었다. 그래서 “지금 마누라를 데려가시고 새 마누라를 주십시오”라고 했다. 소원대로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내를 데려가셨다. 장례식 날 문상객이 많이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아이고, 그 좋은 분이 돌아가시다니…. 참 착하고 좋은 분이었는데 이를 어쩌나.”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죽은 아내를 칭찬했다. 남편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내 같은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제 마누라를 다시 살려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아내는 다시 살아났다. 두 번째 소원을 사용한 것이다. 이제 마지막 소원이 남았는데, 귀한 것이 통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께 여쭈어보기로 했다. “하나님, 제게 무엇이 가장 좋을 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하나님께서 바로 말씀하셨다. “지금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해라.” 이렇게 해서 세 번째 소원을 이렇게 아뢰었단다. “지금의 내 아내와 감사하며 잘 살게 해 주십시오.” 물론 웃자는 얘기지만, 귀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짐 스토벌의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란 글에 이런 말이 있다. “감사란 참 아이러니컬하다. 정말 감사해야 될 사람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감사할 게 거의 없는 사람들은 감사하면서 살거든.” 감사가 최고의 유산이란 뜻이다. 남편이든, 아내든 감사할 사람을 떠올리며 그에게 깊이 빠져 들어가 보라. 세밑이 감사로 가득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