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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수고한대로 먹는 복

“목사님도 복권 한 장 사세요.” 내 꿈 이야기를 들은 한 교우가, 좋은 꿈이라며 내게 건넨 말이다. 요즘 복권 얘기가 한창이다. 국내 복권사상 최고액의 당첨금이 터졌다는 얘기 말이다. 듣자하니 지난 몇 주간 연속으로 1등 당첨자가 배출되지 않은 금액이 이월되어 60억 원 대의 대박이 터졌다고.이 대박 때문에 복권 관련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인터넷에는 복권판매사이트와 동호회가 급속히 늘어났단다. 이들은 당첨확률을 높이는 다양한 연구들을 하고, 당첨 노하우를 주고받는가 하면, 공동구매를 하여 당첨되면 지분에 따라 분배하기도 한단다. 난 이런 식의 돈 얘기는 영 유쾌하지가 않다. 이런 게 정말 복일까.사행산업이 활개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현재 경마, 경륜, 카지노 등 사행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11조원으로, 지난 2000년에 비교해 2배나 된단다. 이러한 사행산업의 확장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공헌(?)이 지대하다. 로또 복권만 해도 행정자치부, 노동부 등 정부 7개 부처가 출자했다. 복권공화국을 만들 참인가보다. 사행심을 부추기는 이러한 도박성 사업들은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한다. 헛된 사행심에 인생역전을 노리는 건전하지 못한 윤리를 갖게 한다. 이미 도막중독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데,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도박중독률은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10% 수준이라고 한다.옛날부터 전해오는 도박의 구질구질한 방법들을 살피다 보면, 도박이 인간의 어떤 근본적인 욕구처럼 느껴져서 서글퍼진다. 옛 중국의 상류사회에서는 바퀴벌레 두 마리를 투명한 유리상자 속에 넣어 싸움을 붙여 놓고 돈을 걸었단다. 혁명 전 러시아 왕실에서는 바퀴벌레 도박이 성행하여 바퀴벌레를 사육하는 곤충훈련소까지 있었다 한다.귀뚜라미 도박의 역사도 유구하다. 명나라 선종(宣宗)은 어찌나 귀뚜라미 도박을 좋아했던지 지방장관들에게 싸움 잘하는 귀뚜라미를 헌납하게 해서 대결시켜 놓고 신하들과 내기를 했단다. 중앙 아시아에서는 낙타경주도박이 성행인데, 1500파운드의 짐을 싣고 1000마일, 약 1600km의 거리를 경보시킨단다. 낙타만 죽어난 것이다. 동남 아시아의 섬나라들에서는 경우(競牛)로 도박을 하는데, 비단으로 단장한 황소가 썰매에 주인을 태우고 달린단다. 개를 겨루는 경견(競犬)은 고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귀족들이 선호했던 도박수단이고. 경마는 아라비아에서 기원전 3천년부터 갈증을 유발시켜 놓고 물 있는 곳까지 달려가게 한데서 비롯되었다. 아테네 박물관에는 기원전 2세기경의 출토물에 경마에 돈을 거는 모습이 새겨져 있단다.복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복권을 긁고 있는 인간, 이게 얼마나 불쌍한가! 얼마 전에 고등학생들에게 “아버지가 어느 때 불쌍하게 느껴집니까?”하고 물었다. 첫째는 어머니한테 야단 맞을 때이고, 둘째는 아버지가 밤늦게 회사에서 돌아와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흐느껴 우실 때이고, 셋째는 아버지가 혼자 복권을 긁으며 맞추어 보실 때란다. “만일 교인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어 십일조를 교회에 드린다면 그것을 받아야 하는가?” 한국에선 생소한 질문이지만, 복권문화가 보편화된 미국교회엔 큰 딜레마란다. 그런데 대부분 되돌려보낸다. 얼마 전 플로리다주 네이플 시에 있는 한 교회에서는 1430만 달러의 로또에 당첨된 데이비드 러시라는 신자가 보낸 10만 달러를 받지 않았다. 교회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발표했다. “하나님은 땀 흘려 일한 자의 정직한 재물을 받기를 원하신다.”어느 역사가는 로마의 멸망 이유를 ‘술과 도박’ 때문이라 했다. 땀을 잃으면 복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말씀이 있다. 시편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에게 주시는 복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복되고 형통하여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수고한대로 먹는 것, 이것이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