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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유혹과의 입맞춤

모 기업의 부장님이 담배 때문에 17년 간이나 근무하던 회사를 떠났단다. 어처구니없게도 "담배 피우다 걸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전 직원에게 금연서약서를 받았는데, 그만 몰래 피우다가 들키게 되었고, “피우지 않았다”고 버티다가 오너와의 관계가 악화되어 결국 사퇴에 이르게 되었단다. 끽연가들이 내몰리고 있다. 방송사들마다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특집을 내보내는 분위기에서 불쌍한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 집에서는 한 밤 중에 베란다로 추방당하고, 회사에서는 건물 밖으로 내몰려 부들부들 떨며 한 모금 들이키고 한숨과 함께 토해낸다. 이제 길거리에서도 힘들 것 같다. 듣자하니 노상흡연을 규제하는 법안도 생길 모양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끊고 싶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담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전해졌단다. 처음엔, 탐험가였던 월터 롤러(W. Raleigh)가 담배를 피울 때 불이 난 줄로 안 하인이 그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식으로 시작되었는데, 이젠 그야말로 난제중의 난제가 되었다. 한 사상가의 말처럼 이제 "담배는 신대륙 발견이래 문명국이 짊어지게 된 커다란 숙업(宿業)"이 되었다. "말보로 이야기"는 담배를 시작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18세기 말, 지금의 MIT공대 전신학교를 다니던 가난한 고학생이 있었다. 그는 유지의 딸과 사랑에 빠졌지만, 딸의 부모들은 못 만나게 먼 친척집으로 딸을 보내버렸다. 남자는 찾아 헤맸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반가운 해후를 했다. “나, 내일 결혼해요.” “…….” “내가 담배 한 대 피우는 동안만 곁에 있어 줄래?” 여자는 끄덕였고, 남자는 잎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는 금새 타들어 갔다. 짧은 시간이 지나자 여자는 돌아섰다. 몇 년 후, 남자는 필터담배를 만들었고 거부가 되었다. 얼마 후, 남자는 옛 여인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벤츠를 타고 그녀를 만났다. “나는 아직도 널 사랑해. 나와 결혼해 주겠어?” 여자는 하루만 시간을 달라며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목을 매단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다. 돌아와서 남자는 자신이 만든 담배에 ‘marlboro’라 이름을 붙였다. 그 뜻은 ⓜan ⓐlways ⓡemember ⓛove ⓑecause ⓞf ⓡomance ⓞver,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래서 대부분 연기처럼 타오르는 이 유혹에 입을 맞추고야 만다. 그 입맞춤 후에 올 고통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가볍게 속삭인다. ‘누구나 하잖아.’ ‘작은 것인데 뭐.’ ‘딱 한 번 만.’ ‘아직 젊은데 뭐.’ 이것이 사단이 사람을 유혹하는 네 가지 단계라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입맞추고, 이제 긴 고통의 문으로 들어선다. 비단 담배뿐이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은 다 이런 식이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어떻게 시작되었던가. 앞에 놓여진 아주 작은 사단의 유혹으로 시작되었다. 아담과 하와가 그러했듯이, 오늘도 사람들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금단의 열매를 입에 문다. 그리고 그 짧은 유혹의 맛에 대한 대가를 두고두고 받으며 산다. 보르네오 섬의 네펜세스와 북미의 시라세니아라는 식물이 있다. 네펜세스는 꽃과 그 향이 유혹적이란다. 이 색깔과 향에 취한 벌레들이 몰려드는데, 벌레가 그 꽃잎에 입을 맞추는 순간, 그들의 목숨은 끝난다. 네펜세스에게는 특수한 소화액이 있어서 벌레를 녹여버린다는 것이다. 시라세니아라는 식물은 향기로운 꿀을 내뿜는단다. 그리고 벌레들이 이 꿀에 입을 맞추는 순간에 삼켜버린다. 지금도 우리 앞에는 유혹하는 네펜세스와 시라세니아가 있다. 곱씹어 보라. ‘유혹은 달다. 그러나 고통은 쓰다’고. 그리고 서로 권하라. “오직 오늘이라 일컫는 동안에 매일 피차 권면하여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의 유혹으로 강퍅케 됨을 면하라”는 성경의 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