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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이정우 목사)
함께 짐을 지자

뉴스특보가 계속되고 있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말이다. 한 사람이 저지른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의 공포가 온 나라를 삼켰다. 환기구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유해가스기둥, 아비규환의 계단을 뚫고 나온 사람들의 그을린 얼굴들, 지옥철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나오는 주검들…. 나의 거실에도 공포의 연기가 자욱하다. 범인으로 지목된 김씨, 그의 행동을 어찌 두둔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의 사연 또한 가슴아프다. 입을 다물고 있어 정황짐작이지만, 자신의 신병에 따른 불만을 토해낸 것이란다. 운전을 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지옥 같이 살아온 사람, 반신불수의 지체장애인으로 살아온 한 많은 사람이란다.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절망과 분노 때문에 실어증과 우울증에 시달려 온 사람이란다. 불쌍한 사람이란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사람이 필요했을까. 그러나 그에겐 진실로 사람이 없었다. 진심으로 만져주기를 간절히 원했던 의사나 친구도, 이웃이나 가족도 그를 위로하지 못했다. 너무나 힘들어서, 파출소에서 병원에서 그리고 가족들에게 입버릇처럼 “죽고싶다”고 그렇게도 신호를 보냈건만, 그의 짐을 받아주질 않았던 게다. 끝내 이 모든 것은 살기로 점화된 것이다. 김씨의 처지를 생각하며, 아내의 얘기가 떠올랐다. 우리 동네에서 노상 꽃가게를 하고 있는 박씨 얘기다. 명문대를 나와 잘 나가던 박씨는 IMF 실업자로 크게 추락했다. 억울한(?) 실패를 추스르며 힘겹게 몸부림칠 때, 집주인이 셋방을 빼 달라더란다. 세를 올리려나 싶어서 그렇게 해줄테니 더 살게 해 달랬더니, 세 줄려는 게 아니고 아들 살림을 차려 주려는 것이라 하더라나. 별 수 없이 이사했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에게 준 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주었더란다. 박씨가 방세도 제대로 못 낼 것 같으니까 속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박씨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더구나 평소에 독실한 신앙인으로 말끝마다 하나님 어쩌구 하던 주인의 가식적인 인격에 억누를 수 없는 살의를 느꼈다고. 다 죽이고 싶더란다. 분석이야 다양하겠지만, 내가 볼 때 이번 방화사건은 김씨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결과이다. 그리고 배우고 있다. 불쌍한 한 사람을 품지 못하는 인정머리 없는 사회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 가를, 인생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짐은 함께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잦아지고 있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해할 수 없는 테러들은 이에 대한 경종이다. 남의 짐을 함께 하지 않으면 결국 내 짐이 된다. 한 여행자가 말과 당나귀에 짐을 싣고 먼 길을 떠났다. 친구였던 말과 당나귀는 신이 났다. 그런데 도중에 약한 당나귀가 먼저 지쳤다. 당나귀는 말에게 “친구야 나의 짐을 조금만 덜어줄래”하고 부탁했다. 그러나 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당나귀는 얼마 못 가서 쓰러져 죽었다. 그러자 주인은 당나귀의 짐과 죽은 당나귀까지 다 말의 등에 실었단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성경에 참 좋은 말씀이 있다.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 참 감동적인 얘기다. 미시간 주에 사는 15세 소년이 암 치료를 받았단다. 화학요법을 받은 그는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카락이 빠진 채 학교에 가야 했다. 그런데 학교에 간 소년은 깜짝 놀랐다. 친구들의 머리카락도 죄다 없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머리를 면도하고 왔더란다. 친구의 고통을 함께 하고 어울리기 위해서. 성경에 또 이런 말씀이 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한다.” 주위에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없는가. 함께 짐을 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