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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 담임목사

오아시스 비디오 가게에 들러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를 빌려다 봤다.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참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당연한 것처럼 자리잡고 있던 사랑에 대한 잘못된 그림을 지우게 해 준 좋은 영화였다. 추천하고 싶다. 영화는 홍종두(설경구 역)라는 남자 주인공의 역겨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강간미수와 절도에다 과실치사 혐의로 복역하고 나오는 전과 3범이다. 그는 연신 다리를 떨고, 코를 훌쩍거리며 소매로 훔치고, 혐오스런 까까머리를 쉴새없이 흔들며, 조잡스런 짓만을 골라하면서 관객의 비위를 상하게 한다. “너는 언제 어른이 되냐”며 못 견뎌하는 형과, “삼촌이 안보이면 집안이 평안해요”하는 형수의 말은 관객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상대역인 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문소리 역)에게서 느끼는 불편함도 비슷하다. 집안에만 죽치고 있는 전신 장애에다, 알아듣지도 못할 말 한 마디를 하려고 온 몸을 비틀어대는 몰골, 그래도 여자라고 거울을 보면서 짓는 괴물 같은 미소는 관객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볼품 없는 벽 그림(오아시스)을 보면서 꿈을 꾸는 그녀의 모습은 정신병자의 몽상에 불과해 보인다. 이런 거북함은 이들이 사랑에 빠져가면서 더욱 고조되어 간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거북함만큼이나 이들의 사랑도 처음에는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던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이 화면을 채워가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역겹게 보였던 두 사람의 내면이 아름답게 드러날수록, 이들에게 역겨움을 느끼고 불편해 하던 사람들의 위선적인 내면이 오히려 마각처럼 대비되어 백일하에 드러난다. 모든 것은 역전된다. 관객들이 이들의 사랑에 완전히 마음을 열 때쯤, 이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완전한 하나가 된다. 이들의 육체와 마음이 하나가 되던 날, 그러나 그 현장은 사람들에게 목격되고, 홍정두는 강간범으로 끌려간다. 그를 구해 줄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해서 머리를 벽에 부딪치며 나뒹구는 한공주의 몸부림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클라이맥스는, 틈을 타서 도망 나온 홍종두가 오아시스 그림에 그림자를 드리워 한공주의 꿈을 방해하던 창 밖의 나무에 올라가서 가지들을 베어내는 장면이다. 허망하고 부질없는 몽상까지도, 사랑하는 그녀의 것이기에 소중하게 지켜주고 떠나는 홍종두의 모습! 영화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 이 영화를 보며, 난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나의 그림이 얼마나 잘못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목말라하는 영혼의 오아시스 안에 치워버려야 할 허상의 그림자가 얼마나 많이 드리워져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게 된다. 아니 이미 드리워진 수많은 검은 그림자에 대한 역겨움조차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무감각해 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돈 바구니에 사랑이 담겨져 있는 그림을 구상한다. 전망 좋은 아파트나 고급스러운 가전제품이나, 세련된 옷으로 사랑을 색칠한다. 그리고 턱을 깎고 실리콘을 넣어 코와 가슴을 세우고, 지방흡입술로 허벅지와 팔의 지방을 제거한 후 사랑을 끼워 넣어 사람들 앞에 전시한다. 이런 게 이제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러나 난 홍종두와 한공주의 마음에 그려진 사랑의 그림이 너무 좋다. 철딱서니 없는 소리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랑에 대한 그림만이라도 그렇게 순수하게 간직했으면 좋겠다. W. 샤프라는 시인은 ‘사랑은 아름다운 꿈’이라 하였다. 정말 사랑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언제까지나 꿈으로만 존재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우리의 마음에서까지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 이것이 사막 같은 세상에서 꿈꾸는 오아시스다.